경제·금융

◆복덕방 아저씨가 부동산 전문 변호사 됐다

「화려한 변신」. 부동산중개업자가 사법고시에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와 함께 부동산전문 변호사로 새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변호사사무실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서정빌딩 3층. 이곳에 변호사사무실을 마련한 조영호(曺泳昊·38·사진)씨는 12일 사법연수원 수료식을 마치면 정식 변호사로 첫발을 디딘다. 그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은 지난 96년. 그때까지 曺씨의 직업은 부동산중개업였다. 분당에서 「부동산24」라는 간판을 내걸고 4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했다. 불과 2년새 曺씨는 「전세, 매매물건 다량 보유」라는 문구가 내걸린 소위 복덕방에서 사무장과 비서가 딸린 변호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변호사가 깔끔한 사무실에서 품위를 유지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경매시장 등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면 어디에서든 일해야합니다.』 曺변호사는 『자신의 변신이 갖는 의미를 변호사의 업무영역 확대라는 점에서 찾는다』며 『변호사사무실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일하고 싶은 분야는 당연히 부동산 분야다. 말 자체가 생소한 부동산전문변호사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89년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한 이래 법원경매, 부동산중개업 등 부동산 분야에서만 7년동안 일한 까닭이다. 그는 『무엇보다 부동산분야에 대한 국내의 법률서비스가 너무 부족하다』며 『「품위있는 변호사」보다 「복덕방 아저씨 같은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曺씨는 법원경매와 토지수용, 부동산매매 등의 과정에서 변호사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부동산은 가장 큰 재산인데도 부동산 관련 분쟁이 생길 때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그는 『변호사가 품위유지라는 멋을 벗어나 서민들의 생활에 파고 들어야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로 출발하기까지 아픔도 많았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부동산중개소를 한다는 주변의 눈총에다 뒤늦게 시작한 사법고시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생계유지를 위해 중개업과 사법시험 공부를 같이 해야한다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장남으로 노부모를 모시고 부동산중개업을 하며 고시공부를 하는 그에게 늘 미안한 사람은 아내였다. 여건에 관계없이 늘 웃기만하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부동산과 함께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유언」이다. 법적 효력이 없는 유언으로 인해 가족간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이다. 『뒤늦게 얻은 변호사자격과 법률지식을 일반인의 생활에 녹여볼 생각입니다』. 그의 포부가 실현될 때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 같다. 【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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