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여성·만삭의 주부·청일점 남성등 39대1 좁은문 뚫고 합격 영예<br>올초 노사합의 근거로 4일 전국 6곳서 실시…80명 모집에 3,122명 응시 '고시 방불'
| 지난 4일 국민은행 정규직 전환시험이 실시된 서울 건국대 교정에 응시자들이 입실을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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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9개월에 시험준비를 시작해 애기를 낳고 나서 산후조리를 하면서 시험공부를 했지만, 결과가 좋아 아주 기쁩니다. 출산 후유증으로 붓기가 가라앉지 않아 면접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국민은행 서부산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이현주씨(31)는 바늘구명보다 어렵다는 정규직 전환시험에 합격해 오는 10월부터 꿈에나 기다라던 정규직 행원으로 변신한다.
국민은행이 노사 화합의 차원에서 실시한 정규직 전환시험은 대학입시나 고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다. 80명의 정규직을 뽑는 시험에 3,122명의 비정규직이 응시, 경쟁률이 무려 39대1에 달했다. 응시자에 대한 합격자비율이 2.5%로, 대입 학력고사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비율(4%)보다 높은 셈이다.
이번에 ‘정규직 고시’를 통과한 합격자 80명 가운데 79명이 여성 행원이고, 순천여신관리센터에 근무하는 김효종씨(36)가 청일점으로 합격, 눈길을 끌었다. 국민은행 사무인력 9,000명 가운데 사무직원이 30명에 불과한데, 김씨도 그중 하나다. 국민은행 계열사인 상호신용금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99년 입행한 김씨는 연체관리 등 바쁜 일과 속에서도 틈틈이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그는 “지방에 근무하다보니 입시 정보에 어두워 시험 준비에 애로가 많았다”면서 “무작정 시험교재 2권을 달달 외웠다”고 합격 비결을 귀뜸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시험을 준비해 합격의 영광을 안은 직원도 있다. 부산 감전동지점에 근무하다 지난 6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간 구지선씨(29)는 직장 생활을 접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남편과 함께 시험을 준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는 “4년동안 지점에서 텔러업무를 했던 바탕에 부점별 자율연수 교재를 적극 활용했다”고 소감을 밝히며 오는 10월 복직을 기대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강정원 행장이 취임한후 올해 초 3개로 나눠져 있던 노동조합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향후 5년간 50명씩 계약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정규직 채용 시 20%이내에서 계약직원을 우선 선발한다’고 합의했다. 이 합의를 근거로 지난 4일 서울과 부산ㆍ대전ㆍ대구ㆍ광주ㆍ제주 등 6개 지역 15개 고사장에서 1회 전환시험이 치러졌다.
지난 12일 합격자 발표 순간 3,000여명의 지원자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렸다. 워낙 좁은 관문이어서 크게 기대를 안한 직원도 있지만 정규직원 전환에 성공한 직원들의 기쁨은 남달랐다.
시험은 2단계의 관문을 거쳤다. 1차로 필수과목인 수신업무와 여신, 외국환 가운데 선택한 2과목의 필기시험을 통해 2배수를 선발했다. 1차 관문에 합격한 사람들 가운데 면접을 통해 국제적 최고관행(IBP)에 맞는 윤리성을 검증한후 최종 합격자를 가려냈다.
최기주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은행원에게 꼭 필요한 도덕성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 서비스 마일리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직원들을 우선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환시점 합격자수는 노사 합의에 따라 당초 50명으로 제한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경영성과가 좋아 80명으로 숫자를 늘렸다.
김정민 국민은행 HR그룹담당 부행장은 “직원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 선발인원을 늘렸다”며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간의 차별을 없애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연초 우리사주 배분과정에서 직종 구분없이 전직원에게 36주씩을 배분했고, 5월 가정의 달 선물도 모든 직원에게 20만원씩 기프트카드를 제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