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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를 넘어 중·소형 커피 강자 될 날을 꿈꿉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커피베이 본사에서 만난 백진성(37·사진) 대표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 가격 거품이 빠진 합리적 가격대의 중·소형 커피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디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듯 커피베이는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얹어 이디야를 제치고 알찬 중·소형 커피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시장이 포화상태라며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만 아직까지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카페베이만의 필살기로 레드오션을 퍼플오션으로 바꾸겠다는 자신이다.
그의 탄탄한 내공과 원동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백 대표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화려한 학력 스펙을 갖고 있진 않다. 다만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에 몸을 담은 7년간의 현장 실전 경험이 전부다. 대신 그 동안 스펙타클한 업다운을 체험하며 녹록지 않은 내공을 쌓았다.
평범한 직원이었던 그에게 최고경영자(CEO)가 될 기회가 찾아온 때는 2008년 초. 당시 백 대표가 일하던 업체가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PC방 사업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는 브랜드 기획에서 영업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도맡아 했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그 사업을 직접 인수했다. '사과나무'라는 법인명을 내걸고 인수한 '비타민 PC방' 운영을 그렇게 처음 시작했다. 남성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기존 운영 전략을 전면 수정해 여성 고객을 겨냥한 매장 인테리어를 도입해 파격적인 브랜드 이미지 쇄신 작업에 나섰다.
그 중 하나가 1,500원에 원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 전문 부스 도입이었다. 이미지 변신과 함께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들여놓은 커피 부스는 PC방 수익을 크게 개선시켰다. 이는 백 대표가 신 사업의 아이템을 얻는 실마리가 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의 성장세를 지켜보던 중 PC방 내 작지만 쏠쏠한 커피 수익으로 자신감을 얻은 백 대표는 사과나무의 새로운 미래를 커피 사업에서 찾기로 결심했다. 약 1년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10월 커피·베이커리 전문점 '커피베이'를 론칭했다. 그는 커피전문점의 브랜드 인지도와 높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당시 커피 시장에 잔뜩 낀 거품을 빼 보자는 일념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커피베이가 취급하는 커피와 여타 음료 가격은 2,800~5,000원. 만 원으로 음료 두 잔을 손에 쥐기 어려운 고가 브랜드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고객을 매장으로 쉽게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커피 외 사이드 메뉴로 판매하는 각종 베이커리 제품도 차별화했다. 허니브레드를 미니 사이즈로 만들어 많은 양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 고객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로써 커피베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액 200억을 달성했다.
현재 직영 2개를 포함해 국내 46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베이의 승승장구 뒤에서는 저렴한 창업 비용도 강점이 됐다. 백 대표는 "49.5㎡(15평) 기준으로 점포비 제외 경쟁사 창업 비용이 9,100만원이라면 커피베이는 5,95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다"며 "가맹비, 교육비, 물품 보증금 등을 모두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소자본창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B급 상권만을 타깃으로 매장을 내는 것도 전략이다.
창업 비용·소비자가 등에서의 가격 경쟁력 못지않게 커피베이의 체계적 물류 시스템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자체 원두 로스팅 및 유통 시스템을 마련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495㎡(150평) 규모의 원두 로스팅 공장을 설립해 연간 100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원두 및 샌드위치 제조에 필요한 각종 식자재는 매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가맹점주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케팅 방식 역시 카페베이가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백 대표는 "간접광고(PPL)도 브랜드 노출을 원하는 가맹점주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어서 대대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피베이는 현재 KBS 드라마 '후아유'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과 함께 간다는 경영철학도 지켜낸다. 커피베이는 독거 노인 집 수리, 장애인 바리스타 양성 교육 등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커피베이는 올해 국내 600개 매장 운영이 목표다. 해외시장 공략도 보다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문을 연 중국 선양 1호점에 이어 올해 하반기 같은 지역에 2호점을 낸다.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