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우식 경희대 교수

정밀화학·제약 생산성 대폭 향상 길터<br>테일러 와류 첫 공학적 응용… 신개념 결정화 장치 개발<br>결정화기 용량 축소 성공… 다품종 소량생산 적용 가능

김우식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테일러 와류를 이용한 결정화기 장치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테일러 와류라는 특이한 유체의 움직임을 적용한 결과 결정생산성을 기존보다 수백배나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수만리터에 달하는 결정화기의 용량을 수십이나 수백리터로 축소시킬 수 있어 공정 에너지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우식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국내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의 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을 대신해 수상하게 된 만큼 더욱더 연구에 매진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의 이번 기술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테일러 와류다. 테일러 와류란 마치 커피 잔을 스푼으로 저을 때 일어나는 큰 소용돌이 모양의 유체의 움직임을 뜻한다. 테일러 와류는 편서풍의 원리를 이해하는 등 지구과학과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사용됐지만 공학적으로 응용한 성공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김 교수는 이 소용돌이를 균일하고 규칙적으로 만들면 결정화 과정이 촉진되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를 이용해 결정화 공정효율을 최대 수백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결정화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결정화기는 제약과 정밀화학ㆍ석유화학ㆍ소재산업 등에서 고부가가치 결정물질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MSG나 제약 등의 성분은 미생물 발효나 화학반응을 통해 용액에서 합성되는데 이를 시중에 판매하는 결정 분말 형태로 순수하게 정제하기 위해서는 과포화된 용액에서 고체를 석출하는 결정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결정화 공정은 결정소재의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정밀화학과 제약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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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 교수가 개발한 고효율 결정화기를 적용해 식품첨가제인 GMP 결정화를 수행한 결과 최대 280배의 효율향상을 달성한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높은 결정화 효율은 기존 대규모 결정화 공정을 소형화해 대량생산 방식뿐만 아니라 정밀화학이나 제약과 같은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공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기존 결정화 공정은 대부분 일정량씩 나누어 처리하는 회분식 방법에 의존했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반응물을 주입하고 합성을 관찰하고 생성물을 빼내야 했다. 특히 대부분의 정밀화학ㆍ제약 사업 등은 신약 등의 소재를 제조할 때 회분식 공정을 적용하고 있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면서도 생산성은 낮다는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연속식 공정 기술을 적용할 경우 낮은 공정 에너지로 고품질의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 관련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품질과 가격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87년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밞으면서 결정화 연구를 시작한 김 교수는 결정형상 제어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최근 3년간 결정 과학ㆍ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크리스털 그로스 & 디자인(Crystal Growth & Design)'과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 등 관련 학술지에 5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데 이어 2010년에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우수평가자 100선으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같은 해에 지식경제부 그린 에너지 어워드(Green Energy Award)를 수상했다.

자신을 평범한 연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김 교수는 "실패의 두려움보다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며 "실패라는 절벽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실패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이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학기술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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