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도시를 잇는 최단거리 항공로의 요충지. 남북으로는 인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공망의 중심. 구(舊)소련연방국가 중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우즈베키스탄의 이제 막 떠오르는 황금어장이다.
이 곳은 석유와 가스가 자급자족 됨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기술이 떨어져 소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겐 그만큼 기회의 땅이다.
박기원 KOTRA 타슈켄트 무역관장은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동토의 나라였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한국과 유럽을 잇는 새 실크로드 건설에 한창이다.
"지난 92년부터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로 잇따라 철수해 처음 부임했던 2000년에는 타슈켄트에서 KOTRA가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무역창구였다."
당시 현지에선 한국과의 교역을 무척 원했지만 미국, 유럽 등 거대시장 복구가 무엇보다 시급한 국내기업 입장에선 우즈베키스탄까지 눈길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부임초기 박 관장이 가장 주력해야 했던 업무는 한국에 우즈베키스탄을 알리는 작업이었다.
"시장은 항상 열려있는데 물건을 팔겠다는 한국 상인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막막하고 허무한 심정마저 들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시장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2년여 기간동안 국내기업과 직접 접촉도 하고, KOTRA 본사에서 지겨워 할 정도로 현지 사정을 수시로 보냈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시장에 대해서는 일일이 투자보고서나 시장보고서를 만들어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국내기업들에게 제공했다.
박 관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이젠 우즈베키스탄에서 대우차의 자동차 조립생산이 재개됐고 갑을방적의 면사 면직물 공장도 3개나 들어섰다. 또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조립 생산 라인도 가동 중이다. 올 상반기엔 중소기업청, 경기도청, 기계플랜트 시장개척단 등이 타슈켄트를 방문했고 하반기에도 자동차공업협회, 경북도청, IT업체 들이 잇따라 현지에서 수출 상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몸이 아플 때 마땅히 찾을 병원이 없거나 낙후된 정보통신망 때문에 촌음(寸陰)을 다투는 무역상담 업무를 놓칠 때 오지 생활의 설움을 느낀다"던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선 이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아시아 국가 중 수위를 차지할 정도"라며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