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제5대 이사장으로 정형근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임명됐을때만 해도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에 10년 넘게 근무한‘정보통’이 국민건강 수호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컸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인, 폭로의 대명사로 누구보다 강한 이미지의 정 이사장이 어느 단체보다 극렬한 투쟁을 벌여온 건보공단 노조와 대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의 취임 이후를 돌아보면 모두 섣부른 걱정에 불과했다.
그는 건보공단을“넥타이를 맨 사무직이 가장 많은 국내 최고의 엘리트가 모인 집단”이라고 표현했다. 임직원 수는 한국전력^코레일 등이 더 많지만 현장직 비중을 빼면 사실상 건보공단이 국내 최대 규모의 단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노조를 윽박지르는 대신 사기를 높이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조용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기 시작했다. 부임한 뒤 지금까지 줄곧 이끌고 있는 금요일 조찬토론회와 토요토론회가 대표적이다. 공부하는 문화를 정착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의 비전을 제시했다.
충북 제천에 연수원 부지도 마련했으며 4대 사회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고용보험) 통합징수도 건보공단이 중심에 설 수 있게 했다.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어느새 정 이사장을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정 이사장의 노력과 투쟁에만 집착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노조의 변화는 성적으로도 반영됐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건보공단은 A등급을 받았고 정 이사장은 기관장 평가에서‘보통’을 받았다.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은 것에 비하면 괄목상대한 성과다.
정 이사장은“당장 그만두더라도 미련이 없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비전을 갖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변화할 공단의 모습을 기대하게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