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독일 과거사 반성, 잃어버린 영혼 찾는 과정"

소설가 슐링크 '박경리문학상 수상'

獨 잘못 숨기지 않고 되새김질… 문화 차이로 日과 상반된 태도

나치즘 실상 보는 전후세대 시각… 탄탄한 서사구조로 작품에 녹여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소설가 베른하르트 슐링크(가운데)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의 과거사 반성은 독일인에게도 전쟁 중 잃어버린 영혼(soul)을 되찾는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소설가 베른하르트 슐링크(70·사진)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숨기려 하지 않고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사에 대해 독일과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는 일본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이 '죄의식의 문화'라면 일본은 '수치의 문화'로 볼 수 있다며 이런 문화적 차이가 독일과 일본의 상반된 태도를 설명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44년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난 슐링크는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을 발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는 독일인의 과거사 반성으로 '책 읽어주는 남자(1995년)' '귀향(2006년)' 등의 대표작으로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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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나치즘의 실상을 바라보는 전후세대의 시각을 탄탄한 서사구조 속에 작품화시키고 있다"고 슐링크의 작품세계를 평가했다.

작가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2차 세계대전을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부모세대의 경험"이라며 "부모세대가 경험한 것에 의해 자라난 1.5세대인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소화하고 있는지 작품 속에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상식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수상소식 이후 급하게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지만 아직 한국 문학을 잘 모른다고 솔직히 밝혔다. 신경숙·조경란 등 작가의 작품도 읽는 중이라는 그는 "한국 문화는 '죄의식 문화'와 관련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독일 작가로서 한국인이 느끼는 아픔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며 독일과의 공통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독일 통일의 경험을 통해 남북한 통일에 조언해달라는 요청에는 "서독과 동독은 통일 과정에서 한쪽은 항상 승리자, 한쪽은 항상 패배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런 생각은 배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독이 동독에 비해 여러 가지 점에서 앞섰기 때문에 동독이 서독에 흡수돼 패배자가 된 듯한 부정적인 느낌이 통일이 된 뒤에도 남아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하나의 가족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통일의 기쁨을 나눠야지 누가 누구를 흡수했고 누가 패배, 승리했다는 식의 위계질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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