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공연장 건립 전 철저한 계획을

남혜진 <메타기획컨설팅 컨설턴트>

뉴욕ㆍ런던ㆍ파리ㆍ비엔나ㆍ밀라노…. 모두들 한번쯤 여행 가고 싶은 도시로 손꼽아봤을 것이다. 무엇이 이 도시들을 동경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의 도시의 요건을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창의적이고 다양한 예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동시에 문화예술을 쉽고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이 유서 깊은 유럽의 도시들보다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나란히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손꼽힐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더욱 명료해질 것이다. 이 같은 예술의 ‘창작’과 ‘향유’ 활동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는 공연장이 대표적이다. 앞서 말한 유럽의 도시들은 저마다 유서 깊은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의 경우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에이버리 피셔홀, 카네기홀 같은 클래시컬한 공연장과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으며 이러한 공연장을 중심으로 많은 예술가 및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들어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중심지임을 보여준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컨셉트의 공연장 건립이나 리노베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연장은 퍼포먼스라는 예술작품에 대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데다 공연장 자체가 갖는 건축물로서의 미학적 상징성이 도시의 문화적 랜드마크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0년대에 이르러 공연장의 기능은 공연작품의 생산ㆍ유통이라는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ㆍ교육적인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관련 도서관, 박물관, 기타 부가서비스 시설 등과 연계돼 지역사회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도시가 지닌 개성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역할 모델이 정립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서울ㆍ광주 등 대도시에 새로운 공연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문화 예술 공간이 미흡하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누구라도 자랑스러워하고 언제라도 느긋하게 예술을 만끽할 만한 공간이 가까이에 생긴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먼저 공연장에 대한 성격과 국제적 위상, 그리고 지역사회 내 공공시설로서의 비전이 분명하게 정립돼야 할 것이다. 면밀한 조사 분석과 철저한 계획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가와 예술애호가,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장이 만들어져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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