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커피숍도 변해야 산다


추운 겨울 밤, 키는 작지만 당당한 체격을 지닌 한 사내가 빌려준 돈을 받으러 채무자를 찾아갔다. 돈을 받으러 찾아간 사내가 말했다. "내게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아도 좋으니 따뜻한 커피 한잔만 주시오"라고. 추운 겨울 밤 사내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커피였던 것이며 사내는 커피에 미쳐 있던 것이다. 사내의 이름은 나폴레옹이다. 2011년 한국은 나폴레옹처럼 커피에 미쳐 있다. 문제는 소비자보다 공급자가 더욱 커피에 미쳐 있다는 것이다. 창업 대란, 자영업 대란 속에서도 창업자 대다수가 커피숍 창업을 일순위로 정해놓고 오늘도 커피숍 창업을 위해 상가를 찾아 떠돌고 있다. 똑같은 상품으로 경쟁력 잃어 커피를 팔겠다는 사업자로 시장이 넘쳐나니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면과제이다. 20세기 말 국내에 상륙한 글로벌 브랜드 커피숍이 거리마다 넘쳐나지만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속칭 별다방ㆍ콩다방ㆍ천사다방 등등, 무엇이 다른가. 특별하게 어느 곳을 선택할 만한 기준이 없다. 커피숍 혹은 카페. 결국 고객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선되면 되는 곳이다. 기존의 단편일색인 미국식 커피숍은 점점 매력이 없어진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다양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이 필요하다. 카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시발점이다. 오늘날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은 현장 중심의 편집 능력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인사동점이 한국적 정서를 감안해 시설을 정비하고 한국 전통거리에 맞는 메뉴로 재구성한 노력 등이 좋은 사례이다. 인사동이란 문화적 정서를 감안해 한국 전통의 소재와 문양으로 시설을 재구성한 것이 바로 잘 섞어낸 편집이며 이용객의 특수성을 고려해 팥빙수와 같은 메뉴를 추가한 것이 덧댄 형태의 편집이다. 성공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면 현장 중심으로 섞고 덧대며 또는 삭제하면 된다. 현장 중심의 경쟁력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커피에 도넛을 더하고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더하다 보니 욕심이 커져 커피에 유기농 쌀로 만든 '뻥튀기 아이스크림'까지 더하기도 했다. 지금 서울에는 커피와 함께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패션카페까지 등장했다. 휴게와 쇼핑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하이브리드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차별화된 콘셉트로 새롭게 단장한 테마카페의 등장은 늘 스스로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기도 하고 설레게 만들기도 한다. 미래의 시장은 유지와 변화에 있다. 커피숍의 미래는 커피라는 유혹적인 상품에 무얼 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 1995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리미니를 방문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여전하다. 작지만 저마다의 개성으로 넘쳐나는 다양한 카페 메뉴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다양한 기법을 통해 추출되는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피자의 원조라 불리는 포카치아에서 형형색색 예쁘게 만들어진 무스케이크 등은 필자로 하여금 지금의 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시발점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1995년 리미니에서의 충격과 감동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국적 카페를 가꿔가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동안 이탈리아의 우수한 디저트 원료를 국내에 도입했고 국내 유수의 브랜드 커피숍을 자문했으며 한국적 디저트카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델리앤젤라또'의 대표가 됐다. 저마다 색깔있는 개성 살려야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디저트카페로 인해 때로는 좌절했고 더불어 카페사업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또 바뀌었다. 20년 넘게 함께한 디저트카페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그대로 드러내는 통로가 됐다. 디저트카페가 곧 나였고 나는 곧 카페 델리앤젤라또였다. 봄날 오후 'One more cup of coffee'가 흘러나오는 카페테라스에 앉았다. 밥 딜런의 팝송 '커피 한잔 더 주세요'가 들리는 노천카페에 홀로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사색에 잠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더욱 고객에게 다가가고 사랑을 받고 해가 갈수록 내 인생에 그윽한 커피 향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런 커피를 파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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