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5일)로 다가온 미국의 보잉사와 맥도널 더글러스(MD)사의 합병을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간에 무역전쟁이 일촉즉발 직전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대륙간의 다툼은 세계의 민간항공시장을 누가 더 많이 차지 하느냐하는 「하늘 뺏기」 싸움이다.지금까지의 민간항공시장은 세계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2위사인 유럽의 에어버스(영·독·불·스페인 컨소시엄) 등 양대축으로 형성돼 왔다. 여기에 3위인 MD가 가세하고 있으나 MD는 주로 군수용이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보잉이 MD를 인수·합병(M&A)하겠다고 발표한데서 비롯된다. 자산규모 1백40억달러에 달하는 이 초대형 합병안이 발표되자 EU는 맹렬히 반대했다. 마케팅셰어에서는 보잉이 대형부문을 압도하고 있지만 에어버스는 중형으로 대항, 거의 맞수였다. 보잉과 MD가 합병될 경우 시장 점유율은 에어버스의 2배인 65%로 껑충 뛰어 오른다. 연간 9백억달러에 달하는 민간항공시장에서 거의 6백억달러를 미국이 휩쓸어 갈 판이다.
EU는 지난 90년 제정된 「합병규제법」을 무기로 내세워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이 법은 전세계 매출액이 연간 56억달러, 유럽내 매출액이 2억8천만달러를 초과하는 기업간 합병에 대해서는 이를 반대 또는 저지하는 권한을 EU집행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고 합병을 강행할 경우 유럽내 매출액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으며 유럽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중지를 지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EU는 보잉이 만일 합병을 강행한다면 유럽내 연간 매출액의 10%인 5억달러를 벌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럽내에서의 거래를 중지시키며 항공기 압류 등의 제재조치도 발동하겠다는 엄포다.
미국은 이에대해 『보잉과 MD의 합병은 민·군수용 항공기시장 경쟁을 저해하거나 독점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자세다. 미의회는 『미국내 기업간의 거래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도 『EU의 결사 반대는 두 대륙사이의 무역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EU간의 「하늘 잡기」싸움은 결국 적정선에서 타결되리라는 전망이다.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인 미·EU의 싸움은 양쪽에 전혀 득이 될리 만무한 탓이다. 특히 전력이 비슷한 규모의 싸움은 소모전일 뿐이다. 그러나 그 어느 한쪽이 우리나라라고 상정할 경우 강대국의 논리에 밀릴 것은 뻔하다. 미국이 걸핏 슈퍼 301조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국내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판정을 내리는 것도 우리가 약한 탓이다.
두 대륙간 싸움의 향방은 이래저래 우리에게는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도 대형기업들간의 M&A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