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서둘 일 아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주주권행사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이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물론 문제기업을 매년 선정해 공개하는 등 주주권 행사 및 경영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주주권 행사는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2,000만명에 자산규모만도 371조원에 이르는 세계 4대 연기금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주식투자 비중 확대 등 기금운용 전략이 바뀌면서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기업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상장기업 중 국민연금의 지분이 5% 이상인 기업만도 155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를 감안할 때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이상할 것은 없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기업성과가 개선될 경우 연금 수익률도 높아지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실정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정부 관련 인사 6인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발언을 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개인의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유승민 최고위원, 이한구 의원 등 한나라당 내 대부분의 경제통 위원들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연금의 수익률은 물론 해당 기업, 그리고 국민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이다. 이처럼 중대한 현안을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책 차원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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