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노텔등 실적부진 책임 잇따라 사임'불황기 CEO의 운명은 바람앞의 촛불'
최근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실적악화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자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태 이후 CEO의 사임을 발표한 세계적인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들어서만도 브리티시텔레콤, 포드, 노텔 네트웍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에릭슨 등의 CEO들이 책임사퇴의 불명예를 당했다.
이들 기업들은 매출 부진, 주가 하락 등에 따른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고 보스'를 갈아치우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CEO교체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티쉬텔레콤(BT)은 피터 본필드 회장이 내년 1월말 사임할 계획이라고 31일 발표했다.
지난 96년 이후 BT를 이끌어온 본필드 회장은 이날 '변화를 위한 적기'라며 사임입장을 밝혔다.
당초 본필드 회장은 내년 말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시기를 1년 가량 앞당겼다. 이는 본필드 회장의 재임 기간 중 BT의 주가가 70%나 빠지는 등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본필드 회장의 사임소식이 전해지면서 런던증시에서 BT의 주가는 한때 5%까지 급등했다.
10년 만에 첫 연속 2분기 적자를 낸 포드의 자크 나세르 CEO 역시 '면도날 문책'을 당한 케이스다.
포드는 자동차 점화장치 결함으로 인한 리콜 사태로 인한 신뢰도 추락, 점유율의 지속적인 하락 등을 이유로 자크 나세르CEO를 '자르는' 대신 창업자의 증손자인 윌리엄 포드 회장을 새로운 최고 경영자로 모셔왔다.
지난달 28일에는 유나이티드 항공(UA)의 제임스 굿윈 회장겸 최고 경영자(CEO)도 전격 사임했다. 최근 "UA는 75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으며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내년에 망할지도 모른다"는 서한을 직원들에게 돌려 파문을 일으킨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밖에도 세계 제 3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에릭슨의 라스램퀴비스트회장이 지난 25일 내년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3ㆍ4분기 3억 7,000만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내고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19%나 줄어든 것이 사임배경이다.
또 세계 최대의 광통신 장비업체인 노텔 네트웍스도 3ㆍ4분기 36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존 로스 CEO가 부회장으로 물러나게 됐다.
윤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