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테이저건


청소년용 공상과학(SF) 소설과 항공기 납치, 아폴로 계획. 난집합 같지만 테이저건(Taser Gun)을 탄생시킨 교집합이다. 공통분모는 잭 커버(Jack Coverㆍ1920~2009).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의 지평을 연 엔리코 페르미의 제자로 2차대전에서는 미육군 항공대의 시험조종사로 참전했던 과학자다.


△잭이 테이저건 개발을 시작한 시기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계획의 연구원으로 일하던 1970년 초. 항공기 납치사건이 1969년 한해 동안 85건이나 발생했다는 소식에 '안전한 총의 제작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납치범을 제압할 수 있으되 빗나가도 비행기 동체에 구멍이 뚫리는 총알이라는 조건을 놓고 그는 전류로 발사되는 다트(dart)를 떠올렸다. 착상과 개발까지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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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세우고 특허를 내는 데 2년 반. 1974년에는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름도 '테이저건'이라고 붙였다. 어린 시절 심취했던 공상과학 시리즈의 주인공 이름과 레이저를 결합한 작명까지 마친 그는 상업화를 시도했으나 사업에는 재주가 없었는지 여의치 않았다. 취미로 발명한 음식조리기며 전자로 제어되는 스위치, 전동칫솔도 마찬가지. 포기할 무렵인 1993년 애리조나 출신의 두 형제가 찾아와 잭을 고문으로 모시고 사업권을 사들인 다음부터 세상에 테이저건이 퍼졌다. 안전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테이저에서 발사되는 전극침이 비살상용이라지만 전세계적으로 사망자가 400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대구에서 테이저건 사건이 25일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폭력사건을 제압하던 중 오발로 한 주부가 실명위기에 빠졌다는 것인데 미심쩍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폭력'의 쌍방이 부부다. 술을 마시고 다투는 부부를 말리려 출동한 경찰이 소지한 테이저건이 오발됐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지 모르겠다. 차제에 테이저건에 대한 안정성 점검과 수의계약 구매에 대한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 6,940정을 사들인 경찰의 도입단가는 1정당 120만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미국에서는 동종의 최신형이 500달러 남짓이란다.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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