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최근 7세대 골프를 출시했습니다. 골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주에는 삼청동에 한 갤러리를 빌려 전시를 하기도 했는데요. 저도 참시 찾아갔는데 휴대전화 160대를 이용해 화면을 구현했던 것이 인상에 남더군요. 문제는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 위치가 청와대, 총리공관과 가깝다 보니 그런 것이라던데. 결국 160대의 스마트폰을 연결하기 위해 휴대용 무선공유기 50대를 사용해야만 했다는 후문입니다.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워낙 다양한 행사를 하다 보니 이처럼 장소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죠.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신차 발표나 시승행사가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 회사의 이벤트 담당자는 새로운 행사를 위해 날씨도 신경써야 하고 장소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동차 회사의 갖가지 행사 뒷 이야기 조금만 풀어보죠.
현대ㆍ기아차는 눈, 비와 악연이 많습니다. 기아차는 2011년 12월 레이의 신차 발표회를 제주도에서 열었습니다. 당시 제주도의 기상이 좋지 않아 기아차 임직원과 기자들은 2시간 가량 연착된 후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죠. 아침 일찍 김포공항에서 출발했던 사장은 비행기가 회항하느라 제주도에는 내리지도 못했고, 결국 신차 발표 행사는 부사장이 대신 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4월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의 런칭 행사로 고객 1만명이 참여하는 ‘런서트(RunCert)’ 행사를 기획했지만 강풍과 폭우로 취소됐고, 기아차도 9월 K3를 출시하면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강원도 일대에서 시승행사를 겸할 예정이었지만 제 16호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바람에 차는 타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올해도 현대차는 2월에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을 선보이고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때마침 찾아온 폭설로 인해 일정을 전면 취소해야 했죠. 유독 기상악화로 행사에 방해를 받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네요.
날씨가 너무 좋아도 좋을 게 없습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철수한 스바루는 자사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지닌 강점을 보이기 위해 겨울에 스키장 슬로프를 거슬러 올라가는 행사를 하곤 했습니다. 문제는 행사 당일 너무 날씨가 따뜻해서 발생했습니다. 2011년 2월 중순, 날이 너무 좋아 눈이 녹으니까 바퀴가 푹푹 빠지며 제대로 슬로프를 오르지 못하게 된 거죠.
지난해 여름 아우디는 뉴 A4를 출시하면서 코엑스에서 아이스링크를 특별 제작하고 빙판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시연했습니다. 아니 하려 했지만 더운 날씨에 얼음이 금새 녹아 곤욕을 치렀네요.
그러고 보면 아우디는 A4 행사만 하면 문제가 됐네요. 2008년에는 A4 신차 발표 후 자미로콰이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임시로 설치한 VIP석 좌석이 무너져 내렸고 일부 인원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충격이 컸는지 지난해 자미로콰이가 내한공연 하면서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했었죠.
특이한 행사를 많이 한 아우디는 2011년에 뉴 A6의 신차 발표 및 시승행사를 위해 인천 송도에다가 3만㎡ 부지 위에 아스팔트를 덮은 적도 있습니다. 수억원을 들여 마련한 행사장을 다시 원상복구하느라 아스팔트를 걷어내야 했지만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브랜드마다 행사를 선호하는 요일도 다릅니다. 독일계 한 회사는 목요일에 신차 발표나 시승행사를 주로 잡습니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이어져 보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반대로 월요일을 선호하는 독일 브랜드도 있습니다. 주중에 자동차 행사가 몰릴 경우 주말로 갈수록 자동차 기사에 대한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는군요. 반대로 주말동안 큰 이슈가 있을 경우 월요일 행사는 자칫 묻힐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하겠죠.
자동차 행사장에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이 많이 초청되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합니다. 2011년 말 혼다가 CR-Z라는 신차를 내놨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한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의 아우디 A8을 타고 왔는데, 그만 차가 고장이 났습니다. 밖에서는 차를 수리하고 있는데, 행사장 안에서는 “이처럼 스타일리시한 혼다 차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죠. 혼다에서 초청을 하려면 자사의 차를 제공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더군요.
연예인을 최근 행사장에 많이 부르는 브랜드로는 토요타가 있습니다. 렉서스 ES를 출시할 때는 광고모델인 장동건이 등장해서 여기자들의 눈을 하트로 만들었고, 크로스오버차량 벤자를 내놨을 때는 정준호, 황정민씨가 함께 나오기도 했습니다. 벤자 출시 행사에서 정준호씨는 “벤자의 장점은 승용차와 SUV를 잘 섞어놓은 두 미녀를 한 가슴에 품은 듯한 인상을 준다”는 야릇한 말을 하기도 했죠.
연예인도 잘 쓰면 행사가 빛이 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모터쇼에도 종종 연예인들을 부르지만 연예인 자체에만 시선이 집중되고 차는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 갈수록 섭외하는 곳이 줄어들고 있네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