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유리천장 뚫어라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진 못했지만 1,800만개의 금을 가게 만들었다." 지난 2008년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아쉽게 패배한 후 힐러리 클린턴이 한 말이다. 힐러리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으나 1,800만 표를 얻고도 버락 오바마 돌풍에 꺾였다.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신세계를 개척한 미국에서도 여성은 지금까지 마이너리티의 지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속한 미국의 대표 기업 가운데 여성 CEO를 보유한 기업은 고작 17개에 불과하다. 최근 야후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여성 고위경영자가 해고되면서 유리천장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의 남존여비 악습이나 남아선호 의식은 거의 사라졌다. 대부분의 부모가 딸에게 차별 없이 고등교육을 시키고 있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여성은 남성과 별 차이 없이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러나 처음 몇 걸음이 지난 후부터 여성에게는 여전히 넘기 힘든 장벽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0년 우리나라의 성(性) 격차가 134개국 중 104위라고 발표했다. 통계 수치도 유리천장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15%에 그치고 있고 고위직 여성 공무원은 3%에 미치지 못한다. 여성 대법관과 여성 헌법재판관은 각 1명에 불과하다. 민간 기업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도 많지 않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5.8%에 한참 뒤진다.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노동력 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여성이 사회에 활발히 진출하고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여성이 일과 육아를 성공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과 조직 문화가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얼마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여성 임원도 사장까지 해야 한다'고 발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가 '3F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가상(fiction), 감성(feeling)과 더불어 여성(female)을 꼽았다. 지식과 정보, 창의력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여성의 강점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리라는 예언이다. 머지않아 많은 하이힐들이 유리천장을 뚫고 하이킥을 날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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