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가을을 느껴보세요"


가을이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 지난 뒤에 남아 있던 늦더위가 며칠 사이에 물러간 것을 보니 자연의 변화 기운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시간의 흐름은 쉼 없는 연속이지만 이러한 변화 덕분에 삶의 지루함을 덜 수 있다.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연(年), 월(月), 주(週) 같은 시간의 마디가 있어 타성에 젖은 생활에 쉼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시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음양오행에 따르면 쇠(金)가 가을에 속하고 만물의 기운을 수렴하는 상이라고 한다. 가을은 모든 생명이 겨울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기다. 식물은 씨앗의 형태로 모양을 바꾸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잔뜩 먹어둔다.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가을은 우리 모두를 차분하게 만든다. 수확을 보면서 노고의 의미를 되새기고 낙엽을 보면서 겸손의 미덕을 배운다. 가을은 이렇게 우리를 성숙으로 이끈다. 그런데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에는 일도 많다. 일에 쫓기다 보면 높은 하늘과 산들바람, 색깔 고운 단풍을 누리기도 전에 가을이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을은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을 핑계 삼아 일상에서 벗어나면 '낯설게 보기'도 가능하다. 익숙해서 당연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데서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온다. 가장 바쁜 기업가 중 한 사람이었을 빌 게이츠도 일 년에 한두 차례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생각 주간'을 가지면서 회사의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했다고 한다. 많은 작가와 영화감독도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산책이나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제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고 질이 중요하며, 스피드의 시대라고 하지만 방향이 틀리면 소용이 없다.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것,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는 잠시 멈춰 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해볼 일이다. 굳이 긴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ㆍ연인ㆍ친구들과 함께 공원 산책이나 근교 나들이를 통해 가을을 느껴보면 어떨까. 기업과 조직에서도 가을을 느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자연을 느끼면서 여유를 갖는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활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말했다. "속이 빈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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