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분당신도시 A아파트 추진위원회 측은 최근 시공사 측으로부터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정부가 주택법을 개정해 가구 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으로 알고 사업을 서둘렀지만 건축법 규정 때문에 이 같은 가구 수 증가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인허가 절차를 마치려고 했는데 관계법령도 정리되지 않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정책당국이 마련한 규제완화책이 잇따른 법규 간 충돌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서로 다른 법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 규제를 완화하는 바람에 제대로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국토교통부 및 업계에 따르면 주택법 개정을 통해 오는 4월25일부터 시행되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안이 현행 건축법과 상충돼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주택법에 따르면 15층 이상 공동주택은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지고 기존 주택 수의 15%까지 가구 수도 늘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실제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의 기준이 되는 건축법 시행규칙에서는 늘릴 수 있는 가구 수 범위를 여전히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 측이 가구 수를 15%까지 늘리는 정비계획안을 제출해도 심의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건축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더라도 입법예고 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받는 절차 등을 감안하면 최대 6개월이 걸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뒤늦게 대안마련에 나섰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개정된 주택법 시행에 맞춰 인허가 절차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현재 규개위 심사를 받고 있는 주택법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22일 관계부서 간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 공포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도 업계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법안에는 지자체 조례와 관계없이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확보하려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무차별적으로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허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