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열한 거리’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유하 감독은 인간의 욕망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조직폭력배라는 사회를 통해 우리사회 기저에 흐르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말하고 있다. 그 양상은 그 동안 미디어에서 미화되곤 했던 조직폭력배들의 생리, 즉 의리, 신의 등과는 전혀 다른 양태. 믿고 따르던 조직의 보스를 배신하고 돈 몇 푼에 신의를 헌신짝처럼 져버리는 모습은 ‘비열함’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비열함은 비단 ‘조폭’이 아닌 보통사람의 세계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비단 ‘조폭’이 아니라도 누구나 비열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그렇게 사람을 비열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비열한 거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영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리가 바로 ‘비열한 거리’라는 현실을, 영화를 보며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비열한 거리를 헤메는 영화의 주인공은 삼류 건달 병두(조인성). 채무자에게 돈 뜯어다 조직에 바치는 게 일인 조직의 새끼 두목이다. 병두는 건달답지 않게 책임감으로 가족을 이끌고 한편으론 첫사랑 여인에게 순정을 바치는 인물. 하지만 이런 그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겠다는 욕망만은 넘치며 그런 병두는 이를 위해서 한없이 비열해진다. 자신이 모시던 두목을 배신하고, 자신의 부모와 같은 입장인 철거촌 사람들을 핍박하고 오직 돈과 성공만을 위해 전진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열해진 병두를 세상은 똑같이 ‘비열한 방식’으로 응징한다. 이렇게 영화 ‘비열한 거리’는 병두라는 인물의 상승과 하강을 통해 우리 세상의 ‘비열함’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일관성’이다. 두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 내내 영화는 오직 한가지 정서인 ‘비열함’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영화 속 어떤 인물도, 심지어 병두의 친구 민호(남궁민), 병두의 연인 현주(이보영) 조차도 비열함이라는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열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영화는 건조하게 묘사한다.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청춘배우 권상우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유하 감독은 이번에도 청춘스타 조인성을 동원해 우리 사회에서 폭력과 욕망이 소비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조인성은 첫번째 단독 주연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강도 높은 액션 신뿐 아니라 조직을 배신하기 까지에 이르는 인물 내부의 욕망과 불안감까지 효과적으로 묘사해 영화에 생명력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