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의 60년작 「싸이코」를 원작 그대로 리메이크한 영화가 등장했다.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한 최신작 「싸이코」는 히치콕 감독의 명성만을 확인해준 다소 공허한 리메이크물이다. 차라리 원작을 조금이라도 변형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히치콕의 「싸이코」는 만들어졌을 당시로서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신병자의 살인극도 살인극이지만, 모자상간이라는 그림자를 영화의 배경에 깔았기 때문이었다.
1998년 12월 피닉스의 어느 모텔 룸. 마리온 크레인(앤 헤치)은 점심시간에 애인 샘과 정사를 나눈다. 결혼문제로 시무룩해진 마리온은 사무실에 돌아온 뒤 사장이 은행에 맡기라고 준 40만 달러를 들고 그대로 도주한다.
애인 집으로 찾아가다 우연히 들른 베이츠 모텔에는 순진하면서도 야릇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노만 베이츠(빈스 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신작 「싸이코」는 원작에 충실했다고는 하지만, 여주인공 마리온 크레인이 샤워를 하다 피살되는 장면이나, 베이츠 역을 맡았던 안소니 퍼킨스의 섬뜩하고 파워풀한 연기력을 원작만큼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