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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우려 반 행복주택] 임대료 싸져 서민에겐 구세주… 적자 눈덩이 LH엔 불행의 씨앗

철도부지 등 수도권 5곳 연내 1만가구 우선 공급… 시세보다 30~40% 저렴<br>선로 이설비 등 포함땐 토지조성비 예상 웃돌아 '반값 건설' 어려울 수도<br>안정성·소음·진동 등 해소… 주거의 질 보장돼야 성공

박근혜 정부의 주거복지 핵심 공약인 '행복주택 20만가구 사업'은 국공유지 활용으로 땅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공비용 증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부지를 활용해 지은 임대주택인 '서울 신정동 양천아파트' 전경. /김동호기자


도심 내 철도와 공공 유휴부지를 활용해 5년간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행복주택'사업.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행복주택 시범사업지를 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5곳에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행복주택사업은 토지 조성비용을 아끼고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조성비용이 당초 예상을 초과할 수 있는데다 이 사업 역시 다른 공공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주체가 되는 공기업은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까지 해제하며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 민간주택시장을 침체시켰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행복주택은 이 같은 우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보금자리주택과 차별성을 두면서 지속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주체와 비용은=행복주택사업은 가용부지를 가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임대주택을 지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매년 2조4,60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4조7,000억원을 충당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행복주택 공급가를 3.3㎡당 485만원으로 책정하고 임대주택 한 채당 건설비를 7,350만원으로 추산한 결과다.

하지만 주요 사업자인 LH의 경우 이미 행복주택과 비슷한 형식의 국민임대(30년 임대, 평균 60㎡) 주택을 지으면서 가구당 1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고 있다. 행복주택도 결국 가구당 최소 5,000만원을 상회하는 빚을 사업자가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게다가 행복주택은 시세보다 30~40% 저렴한 임대료에 따른 손실도 감당해야 한다. 현재 LH는 임대료가 시세의 60~80%인 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가구당 60만원씩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

결국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LH가 기존 건설형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운영까지 맡을 경우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LH의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행복주택도 결국 보금자리주택의 일환"이라며 "기존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틀이 있었기 때문에 재정투입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건설비용 가능할까=정부는 행복주택 건설비용을 3.3㎡당 500만원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5월 발표된 한국교통연구원의 '철도부지의 입체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주거공간 조성' 보고서와 SH공사의 '서울시 철도부지 복합개발 방안 연구' 보고서(2011년 12월) 등을 참고한 결과다. 다른 임대주택 건설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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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1995년 서울 신정차량기지 위에 완공된 '양천아파트'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연 4.3%)을 단순 합산한 결과다. 인공부지 조성비용에 따라 가격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민 SH공사 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철도부지 위에 인공부지를 만드는 데크(deck)를 신정동 양천아파트 수준으로 시공한다면 택지조성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는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데크 설치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 수 있고 선로 이설비 등까지 포함된다면 가격상승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택지는 택지 조성비용에 대한 추산이 가능하지만 행복주택 부지의 경우 일괄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음과 진동 문제없나=특히 중요한 것은 주거의 질(質)이다. 행복주택 공급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결국 입주자들이 만족할 만한 주거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시공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은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한 공정이 추가로 진행될 경우 시공비용은 다소 상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설계팀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과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이가 3m밖에 떨어지지 않은 아파트를 시공하고 소음측정을 벌였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신정차량기지 양천아파트 입주민 110명 가운데 94.5%가 '안정성과 소음ㆍ진동에 불편함을 못 느낀다'고 답한 바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반 국민임대주택을 지을 때도 재원마련과 슬럼화 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며 "결국 행복주택사업도 얼마만큼 입주자의 주거복지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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