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제약업체 거듭 태어나자

산업부 崔英圭차장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있다. 그동안 신제품 인·허가와 사후관리의 편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식약청과 제약업체들간의 뇌물수수 등 밀월관계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연방식품안전의약국(FDA:FOOD & DRUG ADMINISTRATION)을 꿈꾸는 식약청이 된서리를 맞고있는데는 국내 제약업체들의 책임도 크다. 신제품의 인·허가는 물론 제조후 유통과정의 사후관리 문제는 제약업체로서는 회사경영상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고 따라서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업체마다 관행적으로 로비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식약청에 대한 제약업체들의 관행적인 로비는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성장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의 태동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그첫째가 약도매상으로 출발, 리어카나 자전거에 싣고 약을 팔다가 돈을 벌어서 제약회사를 차린 순수 의약파다. 여기에는 종근당, 유한양행, 동화약품 등이 속한다. 이들 회사의 역사는 50년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약국을 경영, 대형화하면서 아예 공장을 설립한 경우도 있다. 보령제약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의 부류는 제약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철학이 없이 그냥 무작정 제약업에 진출한 부류다. 이들은 재테크 차원에서 제약회사를 설립한 경우다. 이들 부류는 당시 60~70년대 제약업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뛰어들었다. 당시 제약산업은 원료를 수입, 포장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투자비용이 적어 메리트가 있었고 따라서 부를 거머쥔 이들의 제조업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이때 제약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과거 삼성신약을 비롯, 최근에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뀐 20여 제약업체들이 바로 이부류에 속한다. 지금도 이들 부류는 제품에 대한 인·허가 과정이 쉽다보니 「잘 팔린다」 하는 제품이 나오면 너도나도 모방제품을 만들어 가격경쟁을 일삼고 있다. 결국 부패한 관리와 이들 윤리의식이 결여된 일부 제약사들이 우리의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품질경쟁은 도외시한 채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스스로 제살을 깎는 우를 범하는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해방 직후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필수 기간산업으로 태동, 반세기를 맞이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제약업은 이제 생명공학과 연계, 신약 개발로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제약업은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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