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때 1700마저 무너져… 사이드카前 극적 반전… "오늘은…"


자신의 보유 자산 가운데 상당액인 7,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대기업 과장 최모(35ㆍ남)씨. 그는 이날 오전 11시께 업무중 잠시 시간을 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주가를 확인하다가 잠시 까무러칠 뻔했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 5개의 주가가 모조리 7~10%나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중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코스닥 종목 하나는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조차 정지 상태였다. 최씨는 “오전에 MTS로 당일 손실액을 확인하니 몇달치 월급과 액수가 비슷했다”며 “어제까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는데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뻔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3.29% 내린 채 출발했다. 전날 뉴욕 증시가 5.55%나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최씨는 이때만 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 8% 수준까지 낙폭을 키우더니 이후에도 내림세를 멈출 줄 몰랐다. 낙폭은 순식간에 확대돼 11시20분쯤 되자 전날 보다 184.77포인트(9.88%)까지 하락하며 순식간에 1,684.68까지 밀렸다. 지수 2,000대에서 주식을 매입한 최씨의 눈앞이 막막해진 순간이었다. 이대로라면 10% 이상 급락으로 지난 2001년 9ㆍ11테러 위협 이후 10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미 오전 10시41분 코스닥시장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오전 9시19분부터 39분까지 코스피200지수 선물과 코스닥스타지수, 코스닥스타선물 등에 잇따라 사이드카가 발동된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도 10% 이상 내리는 상황이 올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들의 투매였다. 이날 외국인들은 1조1,157억원 어치를 무차별적으로 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최씨는 “웬만큼 하락하면 손절매라도 생각해 봤을 텐데 갖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10% 가까이 속절없이 떨어지니까 휴대폰을 쥔 손이 다 떨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행히 코스피지수는 9.88% 하락을 바닥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연기금, 투신, 국가ㆍ지자체 등 기관투자자들이 갑자기 적극 매수우위로 돌아서며 주가를 방어한 것이다. 이날 기관투자자들은 9,152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의 대부분을 받아냈다. 연기금, 투신, 국가ㆍ지자체, 증권 등은 각각 5,057억원, 2,647억원, 735억원, 664억원씩 순매수하며 제 역할을 했다. 이들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결국 낙폭을 크게 줄인 채 전거래일 보다 68.10포인트(3.64%) 하락한 1,801.35에 장을 마감할 수 있었다. 망연자실한 채 점심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최씨도 주가를 다시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1,000만원에 육박했던 손실 금액도 그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최씨는 “그나마 손실폭을 줄여서 다행”이라며 “하지만 내일 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아직도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유례없이 높아진 만큼 섣불리 투매에 나서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주가 방어에 나서긴 했지만 글로벌 정책 공조가 확실히 나오기까지 당분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팽배한 상태”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투매에 나서는 등 과민반응은 자제하고 글로벌 정책 공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한 뒤 움직이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ㆍ유럽 등 정책당국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판단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정책 이슈에 따라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을 서둘러 팔기 보단 당분간 보유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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