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독창미보다 설득력 있는 광고가 최고

■무조건 팔아라(케네스 로먼 지음, 민음사 펴냄)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차 안에서 제일 큰 소음은 전자시계 소리다."

1960년 두 개의 신문과 두 개의 잡지에만 실린 이 광고 문안은 당시 최고의 자동차 광고일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의 광고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이 광고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1911~1999)였다.

오길비와 26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그를 곁에서 지켜봐 온 케네스 로먼이 오길비의 인간적인 삶과 광고인으로서의 성과를 담아낸 '무조건 팔아라'를 펴냈다. 책의 제목이 된 '무조건 팔아라(We sell. Or Else)'는 오길비가 평생을 살면서 강조한 광고 지침이다.


"저는 광고를 만들 때 여러분이 그 광고가 창의적이라고 말해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 광고가 설득력이 강해서 여러분이 그 상품을 사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많이 사기를 바라지요."

관련기사



오길비에게는 단순히 독창적인 광고를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보다 광고에 나오는 상품, 서비스 혹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파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광고주, 두 집단 모두에게 이득임을 오길비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사상을 후배 광고인들에게 두루 설파했다.

그렇다고 소비자를 단순히 물건을 사주는 대상으로만 보지도 않았다. AP통신은 오길비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가 '소비자를 지적인 존재로 보는 시각'이라고 했다. 오길비는 최초의 소비자 중심주의자였으며 소비자에게 만족감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비자는 멍청이가 아니다. 당신의 아내다. 그녀를 속이지 말고, 그녀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지 마라." 그가 생애 동안 가장 많이 말한 명언 중 하나다.

그렇다면 위대한 광고인의 일상 생활은 어떠했을까. 오길비는 연극 대사를 읊는 듯한 억양으로 말하고 배우처럼 몸동작을 꾸몄으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이력을 미화하고 속물처럼 인맥을 자랑했다고 한다. 식당에서는 특선 요리를 소개받고도 일부러 케첩을 주문하는 괴벽을 부리기도 했다.

저자는 오길비가 현대 광고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뚜렷한 목적의식을 꼽았다. "오길비가 성공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 부은 덕분이었다.(중략) 목적의식이 보통인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고나서 한차례 메모를 쓰거나 전화를 거는 데 그친다. 더 집요한 사람은 그런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한다. 오길비도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2만 5,000원.

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