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유예 한달… 안개 걷히나/정부·채권단 지원 움직임

◎극단적 상황은 모면/고강도 자구노력 전제/운영자금지원 최대 변수기아호의 시계를 어둡게 했던 안개는 걷히는 것인가. 이회창신한국당대표의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방문, 채권단의 조건부 지원입장이 다소 완화되면서 캄캄하던 기아의 앞길에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나 채권단은 김선홍회장 퇴진, 감원에 대한 노조 동의서 등 전제조건을 철회하거나 자금지원에 대해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전반적인 기류가 「완화추세」인 것만은 틀림없다. 기아의 향방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구노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련의 상황이 그동안 기아사태를 한치의 진전도 없이 만들었던 부도처리·법정관리나 제3자매각과 같은 「극단적 사태」의 가능성은 더욱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아의 의지는 확고하다. 채권금융단에 이미 제시해놓은 자구노력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기아는 자구노력으로 몸을 가볍게 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든 미래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기아는 주력사인 기아자동차 하나만 현상유지 하는데도 한달에 6천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영상황에서 기아가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상태. 결국 판매는 늘리고 몸집과 경비는 줄여 자금수요를 최소한도로 축소하는 「극한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아가 추진하고 있는 자구방안은 ▲자산매각 ▲구조조정 ▲인력감축 및 경비절감 등이다. 기아는 지난 한달 동안 부동산 6건 등 모두 1천87억원의 자산을 매각했다. 또 기아자동차 28건, 기산 24건, 아시아 4건 등 모두 59건의 부동산 매각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28개 계열사를 5개로 줄이는 것. 지난 13일 기아중공업과 정기의 합병선언이 그 출발이다. 계열사 통폐합과 함께 매각, 지분매각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인력감축은 8천8백35명 중 2천9백여명을 줄였고 나머지도 연말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물론 이런 자구계획만으로 기아가 자생의 전기를 마련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부도유예 협약이 끝나는 9월말께 총부채 9조원 가운데 1조원 가량의 만기어음이 몰려 있고 부동산 매각자금 등을 채권단이 회수하는데다 부동산도 매물이 쏟아지면서 매매가 어렵고 제값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기아의 판매확대 노력과 정부 및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은 기아의 미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아는 생산에서 판매, 서비스 까지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특히 판매는 기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기아는 지난 12일 부터 신차판매에 나섰다. 자동차 업체에서 신차의 성패는 기업의 성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신차 하나가 잘되면 뜨고 잘못되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도 큰 변수. 한승준 부회장은 『정부의 지원책이 미진해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 문제의 최대쟁점인 김회장의 거취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처럼 김회장이 채권은행단의 사퇴요구를 받아들여 금명간 사표를 제출하되 사표수리 여부는 기아의 자구노력을 지켜본 뒤 결정키로 채권단과 기아가 원칙적으로 합의를 봤다는게 사실이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가능성도 과거보다는 훨씬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기아호의 향방에서 현대와 대우자동차의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방침, 복수부품업체 지원, 전환사채 인수, LG의 할부금융 대출 등 「백기사역」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기아그룹은 물론 재계도 기아사태 해결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서는 않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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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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