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그레이트 체인지 코리아] "인구문제 해결 없인 성장없다" 열린 이민정책등 서둘러야

1부.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 ⑥ 인구지형이 바뀐다<br>출산율 OECD국중 최저 저출산 지속땐 경제 직격탄<br>복수국적 허용·출산장려등 노동력 확충방안 '발등의 불'




2026년 7월5일. 출근시간이 한참 지난 오전11시 경로 우대승차권을 손에 쥔 노인들로 지하철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백화점ㆍ공원ㆍ식당을 막론하고 가장 큰 고객층이 노인으로 바뀐 지 오래. 주말이면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주축이 돼 명동 쇼핑가를 휘젓는다. 20년 전만해도 일본ㆍ중국 관광객의 차지였던 명동이 이제는 이민자들의 쇼핑천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과거 여성복이 차지했던 롯데백화점 본점 2층은 이미 예전에 실버용품관으로 탈바꿈했다. 신문에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시골 수재가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미담 기사가 심심찮게 실리고 있다. 인구 문제는 대한민국 미래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꿀 변수다. 아무리 많은 자본과 훌륭한 기술이 있다고 해도 인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잿빛이다. 저출산 심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고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 우리 경제의 주름살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열린 이민정책과 적극적인 출산 장려책으로 인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없이 창창할 것이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사람 수가 많고 적음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라 재정수입 및 지출의 근본 구조가 흔들리고 자산시장 급변 등 직접적인 경제문제와 맞닿는다. 나아가 노동ㆍ사회ㆍ안보에 이르기까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조만간 다민족국가로 정체성이 바뀌고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인구문제 해결 없인 2040년 성장률 1%=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미래비전 2040'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오는 2040년대에 평균 1.7%까지 떨어져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확실한 근거로 내세운 게 바로 인구 문제. 전체 인구증가율의 하락으로 경제성장에 있어 노동의 기여도가 2030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 노동력 부족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활력 저하는 이제 예측이 아닌 당연한 '명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일본(1.37명)보다도 낮고 전세계를 통틀어서도 대만과 홍콩을 제외하면 가장 낮다. 더 심각한 것은 가임여성인구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주 출산연령층인 25~39세 여성인구는 현재 585만명에서 10년 후에는 479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낮은 출산율은 노동력에 직격탄을 날린다. 생산인구(15~64세)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는 각각 노동투입량과 생산성 증대에 악영향을 끼친다. 통계청의 인구예측 자료를 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3,619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2022년에는 이보다 140만명 감소한다. 주력생산부대인 30~40대 인구는 지난 2006년(1,675만명) 이후 이미 꺾이기 시작해 2022년 1,426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우리와 20년가량 차이를 두고 움직인 경험으로 볼 때 2010년대 중후반 장기 복합형 불황에 빠질 수 있다"며 "인구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민족사회 현실화된다=5,000년 단일민족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전세계 인구학자들은 한국의 인구 문제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과 구미ㆍ일본까지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고 아무리 출산장려책을 편다고 해도 인구가 줄어드는 구조 자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필립 모건 미국 듀크대 교수(전 미국인구학회장)는 "상당한 수준의 이민이 없다면 한국에서 현 인구수준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적절한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KDI 원장은 "인구증가율 하락과 감소세 지속 등으로 우리 경제는 장기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복수국적 허용, 해외 우수인력 유치, 이민 및 여성인력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도 "국내 출산율 향상을 통한 노동력 공급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만큼 개방을 통해 노동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이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민 허용으로 다민족 사회가 현실화될 경우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민족 간 갈등이 우리나라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순혈 한국인과 이민 노동자, 농어촌의 다문화 자녀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데 한국 특유의 배타적인 민족의식이 발휘될 경우 미국의 흑인 폭동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광희 한국인구학회장(충남대 교수)은 "우리 사회가 세계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고 이민족에 대해서도 상당히 배타적"이라며 "일상에서 세계화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과감한 예산투입 '출산친화 정책' 펴고
기업은 육아 휴직·보육시설 등 대폭 확대해야

■ 저출산 해결책은 대한민국 미래의 가장 심각한 변수가 인구감소 문제이지만 경고음이 너무 많다 보니 정작 정부와 기업ㆍ국민 모두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구예측은 단지 피부로 느끼기 힘든 미래의 문제라서 그렇지 정확성만큼은 스위스 시계에 버금가는 정확성을 보여준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무인도로 보내져 오직 한 가지 데이터를 들고 가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인구통계를 택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예고된 미래'인 인구 문제를 풀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안은 결국 출산장려책으로 모아진다. 국가가 더 늦기 전에 저출산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강력한 백신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일본은 복지부처가 아닌 경제부처에서 국가 4대 핵심 정책 가운데 첫번째로 저출산ㆍ고령화 해결을 다룬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인구 문제를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삶의 질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제2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2011~2015년에 실행할 인구정책 '마스터플랜'으로 육아급여 확대, 보육료 지원방식 개선 등 일ㆍ가정 양립기반 강화와 함께 출산을 촉진할 수 있도록 소득세제를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 학령인구 감소, 노인급증, 주택수요 변화 등을 고려한 제도개선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출산 및 자녀 양육에 투입하는 재원이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지난 2005년 기준)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많이 늘었다고 해도 올해 기준으로도 0.54%에 불과하다. 2006년 시작된 1차 저출산 기본계획이 올해 마무리되는 데도 출산율이 여전히 저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업 차원의 출산장려책도 시급하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육아에 힘을 쏟기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보육시설 3만3,499개 가운데 직장 보육시설은 고작 350개로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청사나 공기업 등을 제외하고 사기업 직장인이 사내 보육시설 혜택을 누리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행히 국내 육아휴직자가 지난해 3만5,4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3만명을 넘어선 점은 반갑지만 보편적인 직장 문화로 자리잡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족 친화적 직장문화가정착되도록 기업이 스스로 나서 노력해야만 저출산 문제의 현실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07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산전휴가를 잘 보장하는 직장 여성의 출산율(81.6%)이 그렇지 못한 회사 여성의 출산율(27.3%)보다 3배나 높았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지나친 양육부담과 정부 및 기업의 양육에 대한 이해 부족이 여성들의 출산기피를 초래하는 원인"이라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출산 친화적 정부정책 등 다양한 모성보호책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잘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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