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판매가냐 경쟁력이냐" 기업 초비상

■ 환율하락 속도 너무 가파르다<br>환율하락 판매가격 반영땐 경쟁력 떨어져 '딜레마' <br>대기업 손익분기점도 928.26원 "손해보며 수출" <br>투자순위 조정·유로결제확대등 자구책 총동원


“800원대까지 내려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4대 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 “환율하락을 판가에 반영하면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중소기업 관계자) 원ㆍ달러 환율이 올해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920원마저 무너지자 수출기업들이 비상이다. 사상 처음 수출 3,000억달러를 돌파, 정부는 축제 분위기지만 같은 순간 수출기업들은 환율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에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920원 밑으로 떨어지자 수출기업들은 기준환율을 더 낮추고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초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를 다시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 약세 추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원ㆍ달러 800원대의 시나리오도 내놓기 시작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는 “달러화 약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이라 저지할 방법은 없다”며 “비용절감 등 가능한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고 수출한다=환율하락은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국내 수출의 3분의1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전자업계는 환율하락에 따른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원가절감대책, 투자 우선순위 조정, 유로화 결제비율 확대,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 감소 등 방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급격하게 하락하는 환율에 당황스럽다. 삼성전자의 경우 100원 하락에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이 날아갈 정도로 기업들의 수익에 영향을 주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 가만히 앉아서 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손해 본다”며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만큼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일본 등 경쟁업체의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가격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전체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948원28전.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950원73전과 928원26전으로 나타나 이미 대기업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2007년 경영계획 재검토=환율하락에 주요 대기업의 내년 경영계획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그룹 계열사의 내년도 경영계획에 900원 이하의 환율 시나리오도 설정해놓은 상태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는 “내년 경영계획에서 원ㆍ달러 환율을 900원대 초반으로 잡아놓은 상황인 만큼 지금 당장 경영계획을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내년 사업계획 재검토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환율 920원대가 깨지며 기준환율을 900원대로 바꿨다. 박성로 LG전자 상무는 “내년 평균환율을 900원으로 산정,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며 “1ㆍ4분기 930원으로 시작해 4ㆍ4분기에는 870원까지 내려가는 것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평균환율이 900원 밑으로 내려갈 경우 사업계획 전체를 다시 수정한다는 입장이다. 북미 시장이 주요 시장인 현대차의 경우 내년 사업계획의 전면수정은 없다면서도 기준환율을 달러당 920원에서 900원대로 낮췄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70%대로 높은 상황에서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에는 기본적인 경영계획을 손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내수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해외에서는 달러결제 외에 유로화 및 기타 통화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을 통해 환리스크를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구책이 통할까=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며 주요 대기업들은 달러화 결제의 비중을 낮추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출이 달러로 이뤄지고 있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의 경우 결제수단을 달러에서 현지 화폐인 루블로 교체했다. 98년 모라토리엄(국가부도) 위기까지 치달았던 루블화지만 푸틴 정부 이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삼성전자가 루블화 결제를 실시하는 등 루블화의 수요가 늘며 국내 외환은행에서도 지난달 8일부터 루블화 송금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해외 법인들의 달러화 결제수단 비중을 기존 70%에서 60%로 낮췄다. 또 경제적으로 유로권에 가까운 지역의 경우 현지 화폐로 결제 후 유로화로 교체하는 등 환율 보관에도 달러화보다 유로화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의 결제수단으로 달러화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데다 유로화 결제의 경우 현지 유통업체들이 마진 축소를 이유로 회피하고 있어 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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