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주들이 동반 오름세를 보이며 조정장세의 버팀목 역할을 해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 재개와 북미 반도체 수주-출하비율(BB율) 회복이 반도체 관련주에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1일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이후 자사주매입을 재개한 데 힘입어 전일보다 7,000원(1.56%) 오른 45만6,000원에 마감,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재개는 종합주가지수의 반등에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이날 534억원의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484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자사주매입 등이 반영된 기타법인 순매수 630여 억원은 수급상 안전판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악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전일보다 1.33포인트 오른 770.78포인트로 마감하며 770선을 회복했다.
이날 반도체 장비주들은 미국 발 훈풍에 힘입어 모처럼 크게 오르며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외 증시의 60일 이동평균선 지지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증시 버팀목=이날 삼성전자는 보통주 10만주를 전일 종가인 44만9,000원에, 우선주 1만5,000주를 23만6,000원에 각각 매입했으며, 자사주 매입분은 오전 동시호가에 전량 소진됐다. 이날 자사주 매입분까지 감안할 경우 삼성전자는 당초 계획했던 자사주 매입규모 1조원 가운데 15% 가량을 이미 집행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해지자 많은 양은 아니지만 자사주매입을 재개했다”며 “앞으로 그때 그때 시장상황에 따라 자사주매입 시기 및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자사주매입에 나서며 주가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견조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45만원대에서의 매수전략은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북미 반도체 BB율 회복도 반도체 장비주에 호재=이날 반도체 장비주들은 미국발 모멘텀에 자극 받아 큰 폭으로 올랐다. 미래산업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디아이와 신성이엔지도 각각 8.64%, 4.55% 올랐으며, 코스닥의 주성엔지니어링ㆍ아토 등도 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장비주의 강세는 10월 북미 지역 반도체 수주-출하비율(BB율)이 14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에 도달한 가운데 반도체 장비시장 전망이 상향조정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BB율은 북미지역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들이 각국 반도체 소자업체들로부터 받은 주문량을 출하량으로 나눈 비율로 보통 BB율 지수가 1을 넘으면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정욱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북미 반도체 장비업계 BB율이 1에 도달한 것은 반도체시장 회복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며 “반도체 BB율 회복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국내 반도체 장비주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60일선 회복 여부 주목=전문가들은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반등했지만 아직 그간의 조정장세에서 벗어난 것으로 단정짓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비록 카드사 문제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전 세계적인 테러 위험 속에 미국 및 아시아 증시의 조정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의 반등에서 나타나듯 반등장의 주도주는 이들 IT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60일 이동평균선에 걸려 있는 미국 다우지수와 60일선을 밑돈 나스닥지수의 60일선 회복 여부를 지켜보며 매수시점을 당분간 늦추는 보수적인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