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균(가명.54.전북 전주시)씨는 간암 말기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아내(51)와 함께 지난달 7일 중국 땅에 발을 디뎠다.
이씨가 아내의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오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이후의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다음은 이씨의 증언을 토대로 그가 경험한 일련의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디오 촬영을 하거나 관련자들과의 대화를 녹취해 가지고 있었다.
"오로지 아내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수소문한 끝에 중국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후 회생한 사람을 만났고 그를 통해 간 이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인터넷카페를 알게 됐다.
이 카페 운영자 A씨의 말에 따라 5천만원(약 40만위안)을 준비했고 그의 안내로 아내와 베이징(北京)행 비행기에 올랐다. 베이징까지 동행한 A씨는 우리 내외를 조선족 B씨에게 인계한 뒤 돌아갔다.
B씨는 입원 및 수술비 22만위안(1위안은 약 130원)을 따로 준비하라면서 먼저장기 매입비 10만위안과 1개월치 통역비 2만위안을 요구했다.
B씨의 말에 따라 그가 자기 명의로 개설한 통장에 10만위안을 입금했고 2만위안은 현금으로 지불했다.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아내가 수술을 받을 병원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허름한 건물도 그렇거니와 간 이식이 전문진료과목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 의심스러웠다. 병원측은 전문병원에서 의료진이 파견돼 집도하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베이징과 톈진(天津)의 간 이식 전문병원 여러 곳에 문의해 입원.수술비를 포함한 일체의 비용이 25만위안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간 매입비를 별도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B씨에게 장기 매입비 환불을 요구했고 B씨는 보복하겠다고 협박하다 듣지 않자 'A씨에게 1년에 2천만원씩을 소개비로 줘야 한다'며 사정하기도 했다.
A씨가 단순히 선의로 자신에게 간 이식을 알선한 게 아니라 소개비를 노린 브로커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터무니없는 통역비는 차치하고 25만위안이면 되는 수술비용으로 32만위안을 받아 7만위안을 가로채 한국의 브로커와 나눠먹는 셈이다.
반강제로 돈을 돌려받고는 아내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25만위안에 수술을 받게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무균실에서 회복중인 아내와 다음달 20일께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소 마음의 여유를 찾은 뒤 베이징과 톈진을 오가며 간 이식을 받기 위해 한국에서 온 환자 가족들과 만나 브로커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중국의 간 이식 병원마다 한국과 중국에 환자를 모집해 데려오는 브로커들이 연결돼 있고 한국에는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환우회 등의 단체를 가장해 환자를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직접 수술을 받은 사람과 그 가족이 알선자로 나선 경우도 있으며 몇몇 대학병원의 의사들까지 브로커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씨는 "납득할 만한 수준의 수고비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거짓명목으로, 그것도 환자 생명을 담보로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갈취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개적으로 간 이식을 알선할 것을 희망하면서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브로커들을 뿌리뽑을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한편 베이징에서 간 이식 알선 활동을 하는 한 교민은 "선의로 병원 알선에 나섰다가 돈의 유혹에 빠져 이런 저런 명목으로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