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산유국 석유 소비증가가 고유가 부추긴다

항만등 인프라 투자 확대로 에너지소비 급증<br>수출량 줄며 국제원유시장 수급불균형 가중<br>"5~10년내 수출국→수입국 전환될것" 전망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 산유국들이 경제 개발에 따라 석유 소비대국으로 탈바꿈하면서 국제유가 고공행진의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 중동산유국들에 원유 내수가 급증하는 바람에 원유 수출량이 감소하는 대신에 중국ㆍ인도등 신흥국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의 수급에 병목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언젠가 석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 석유 수출에 의존해온 경제체제를 탈피하기 위해 도시개발ㆍ항만건설 등 사회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내수 확대로 석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조만간 중동 석유수출국들이 곧 수입국으로 입장이 바뀔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석유화학기업 BP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지난해 하루 석유소비량은 200만 배럴로 2년전보다 6.2% 증가했다. 하지만 이기간 사우디의 석유생산량은 전년도 보다 2.3% 줄었다. 올해 사우디의 연간 1인당 석유소비량은 32배럴로, 한국보다 두배나 많다. 바레인ㆍ쿠웨이트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포함한 산유국의 1인당 소비량은 세계 최대 에너지소비국인 미국의 25배럴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우디가 생산하는 원유 100배럴 중 22배럴은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78배럴이 수출된다. 미국 에너지부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소비는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20년에 자국 생산석유의 3분의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왕립상업은행(CIBC)의 분석에 의하면, 사우디가 2010년까지 원유증산을 한다고 해도 그 중 40%가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데 쓰이며, 이란도 국내 수요 증가로 원유수출을 반으로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ㆍ러시아ㆍ노르웨이ㆍ이란ㆍUAE 등 산유국의 지난해 석유소비는 한해전에 비해 5.9%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수출규모는 그 기간에 3% 줄었다. 2005~2007년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대체에너지 개발 등으로 석유수요를 0.7% 줄이는 동안 중동지역은 3.5% 더 많은 석유를 사용했다. 중동국가의 석유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는 까닭은 이들이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머니를 도로ㆍ항만 등 국가의 사회인프라 건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한자원인 석유가 수십년내 급속도로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중동국가들은 관광ㆍ교육 ㆍ금융 등 석유수출을 대체할 새로운 국가산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덤벼든 것이다. UAE의 속한 두바이는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신공항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카타르도 2015년까지 55억달러를 투자해 공항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부다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항만을 건설한다. 쿠웨이트는 870억달러를 들여 250층짜리 무바라크타워를 포함한 세계 최대 인공해양도시 ‘더 시티 오브 실크’를 짓고 있다. 사우디는 서쪽 홍해 해안에 ‘킹 압둘라 경제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는 10만8,000가구의 아파트와 1만4,000가구의 빌라를 포함해 공장, 항만, 철도가 세워질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에 3,000메가와트 규모의 파워플랜트 시설을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산유국의 석유소비 증가는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김과 동시에 가용 자원의 고갈 시기를 단축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동국가에서 석유는 1ℓ당 8~13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쿠웨이트 사람들이 몇주나 되는 연휴 동안에 에어컨을 켜놓고 사무실을 비우고, UAE 국민들은 화학연료를 사용해 염분을 제거한 물로 만든 인공눈 위에서 스키를 타며 여가를 즐기는 것은 이처럼 조저가 석유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국가들로서는 석유소비를 늘려서라도 이 같은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미국처럼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해놓은 것도 없다. 이들에게 따라서 석유소비를 통한 국가발전은 당장 12%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고, 나아가 원유고갈에 대비해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다만 산유국이 스스로 석유 고갈을 부추기고, 에너지 다소비 부문에 투자해 언젠가 그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은 피할수 없다. 미국 라이스대학의 에이미 마이어스 쟈프 석유전문가는 “산유국들이 5~10년안에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뀌면 세계 원유수급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동 산유국들이 에너지원을 오일샌드나 원자력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핵에너지는 자원으로서의 가치보다 국가간의 복잡한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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