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조만간 확정된다.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법 변화에 기업들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다행히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친기업 철학을 밝혀 기업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기업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도록 상법은 튼튼한 제도적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는 김 장관의 철학은 기업인들을 고무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여전히 상법 개정을 둘러싼 오해와 일방적 주장이 넘쳐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마치 기업들은 틈만 나면 주주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해 정당하지 못한 부를 챙기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해 기업규제적 상법이 필요하다는 식의 반기업적 태도들도 곳곳에서 읽힌다. 시야를 넓혀 선진공업국이나 다른 나라의 기업 환경을 비교해보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당초 상법 개정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인 이중대표소송, 회사기회 유용 금지, 집행임원제도, 이사의 자기거래 대상 확대 등을 도입하게 되면 심각하게 경영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활용되는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주식 등은 배제하는 것은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3대 쟁점 중 하나인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는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다. 법적 개념이 모호해 이사의 광범위한 책임 추궁과 이에 따른 남소가 우려된다. 또 현행 상법의 ‘경업금지의무’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
‘이중대표소송’ 역시 전세계적으로 법률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 미국에서 모자회사간의 법인격이 부인될 정도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일부 판례로서 인정되고 있을 뿐이다. 도입을 시도했던 일본과 영국 역시 기존 대표소송으로도 충분하고 이 제도의 도입에 따른 효익보다는 경영상의 부작용과 법률적 문제점으로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이사회에서 업무집행기능을 분리해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현행 비등기 임원의 법적 지위와 권한ㆍ책임범위를 명확화하려는 취지에서 임의규정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과거 감사위원회·사외이사제도 등이 상법에서 임의규정으로 도입된 후 증권거래법 등 특별법에서 강제화된 선례를 볼 때 제도의 도입이 강행 규범화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한다.
부작용이 예견되는 이 같은 규제조항들을 굳이 신설한다면 기업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법이 기업 자율화 촉진이라는 세계 상법 개정의 추세에 부합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규제적 내용은 과감하게 제외시키고 기업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안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