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기원 최고령 이강일 5단

‘반상의 구도자’ 이강일 5단을 아십니까. 이강일 5단은 한국기원 소속 163명의 프로기사중 최고령자다. 1921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 올해 여든살의 할아버지. 한국 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 9단보다도 두살이 많다.고령이라 이름뿐인 기사가 아닐까 여길수도 있지만, 지금도 손자뻘 기사들과 열심히 대국을 하는 현역이다. 비록 성적은 지난해 1승 24패, 85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승수 2승. 이기는 게 목표였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정도다. 그러나 바둑에 관한 한 누구못지 않은 열정과 진지함으로 한판 한판 열과 성을 다하는 ‘열혈기사’다. 펄펄 나는 젊은 기사들과 마주 앉아서도 한수 한수 신경을 쓰고 대국후엔 종종 상대에게 기보와 함께 해설을 부탁해 집으로 가져가 연구한다. 한 5년전까지는 대국이 없는 날에도 자주 한국기원에 나와 젊은 기사들을 붙잡고 점잖게 ‘지도대국’을 해주기도 했다. 실력에서 앞서는 상대로선 무진장 장고형인 이 5단의 지도를 받는 것이 엄청난 고역일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열의와 진지함에만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반상의 구도자’란 별명은 이렇게 연유했다. “승률도 좋지않고 젊은 기사들한테 환영받지 못한다는 소리도 들려서 그만 두시라고 여러번 권유도 해보았습니다만, 바둑이 그분의 모든 것인데 도리가 없지요. 술 담배도 안하시고 누워계실때 빼고는 늘 메모하고 복기하고…” 이 5단을 모시고 사는 막내 아들 이찬재씨(43)의 말이다. 이 5단은 지난 6, 7일 이준학 5단과 강승희 초단을 연파하고 제44기 국수전 2차예선에 올랐다. 이 5단이 국내 기전 2차예선에 오른 것은 근 10년만의 일. “그냥 기쁘다고 해.” 귀가 어두워 직접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이 5단은 아들 찬재씨를 통해 그렇게 간단히 소감을 전했다. 이기고 지고 승부를 떠나 좋아하는 바둑을 아직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 더 이상 기쁨이 없는 그였다. 어릴 적 부터 바둑을 좋아했던 이 5단은 젊은 시절 공부를 하다 건강을 잃은 뒤 지난 59년 38세의 나이에 뒤늦게 입단했다. 78년 제4기 기왕전 본선진출이 유일한 본선진출이자 최고의 성적이다. 김후영 기자입력시간 2000/04/11 16:5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