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의 뜻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지요."
주주총회 분석기관인 ISS의 KB금융 사외이사 선임반대 의견으로 촉발된 'KB 사태'가 22일이면 일단 마무리된다. 서울경제신문이 11일자로 단독 보도한 지 열 하루 만이다. 겉으로는 원안통과로 결정돼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번 사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당초 의결권을 행사한 외국인 주주들의 25%를 보니 이중 70~80%가 이경재 의장을 포함한 일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KB는 외국인 비율이 65%에 달한다. KB에서 투표를 마친 외국 투자가들에 수정의견을 내달라고 강하게 설득하지 않았으면 주총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
실제 외국인 주주들은 최근 KB에 불만이 적지 않다. 가까이는 ING생명 인수불발이 주요 원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금융지주회사 임원들은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갈 때마다 "외국 주주들이 한국 금융 당국의 금리ㆍ수수료 인하 요구 같은 규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고 토로한다. 당국이 휘두르는 관치의 칼날과 여론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규제는 금융회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인하와 서민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인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이번 일을 '특정임원의 사주를 받은 ISS와 거기에 놀아난 외국인 주주'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KB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금융사의 주인 찾아주기와 허약한 지배구조를 어떻게 고칠 것이냐가 다시 한 번 논의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금융을 민영화할 때 KB나 신한과 인수합병(M&A)시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합병시키더라도 여전히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휘둘리기만 하는 지금의 금융지주회사 체제로는 산업지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 금융산업 전반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값비싼 비용을 치른 'KB 사태'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