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최초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추가 인상은 국내외 상황에 달렸다고 밝혀 유연성을 갖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피셔 부의장은 이날 뉴욕 이코노미 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의 스승으로, 연준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이 된 재닛 옐런 의장의 뒤를 이어 ‘연준 2인자’가 됐다.
피셔 부의장은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연말 이전에 단행될 것으로 거의 장담한다”며 “(인상 시기가) 6월이냐, 9월이냐, 아니면 더 이후냐, 또는 그 사이 어느 시점이냐 하는 것은 데이터(각종 경기·고용·물가지표)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에서 ‘인내심’(patient)이라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2008년 12월부터 유지했던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를 언제라도 올릴 수 있게 했다.
다만, “노동시장이 추가로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혀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다음 차례인 4월 28∼29일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적시한 점을 고려하면 피셔 부의장이 제시한 금리 인상 시기는 ▲6월 16∼17일 ▲7월 28∼29일 ▲9월 16∼17일 ▲10월 27∼28일 ▲12월 15∼16일 등 5차례 회의 가운데 하나다.
피셔 부의장의 발언은 각종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은 점을 지목하면서 최초 금리 인상 단행 시기가 내년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일단 처음 금리를 올리더라도 추후 인상 폭과 속도는 균일하게(uniform), 또는 예측 가능하게(predictable) 이뤄지지 않고 미국 내외 경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유 가격 폭락, 미래 지정학적 위기 등 예기치 않은 변수가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순조롭게 올리는 일’(smooth path upward)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1년 전인 2004년에는 6월 FOMC 회의 때 당시 1%였던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나서 이후 회의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상향조정해 2006년 6월 5.25%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그 패턴을 따르지 않고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피셔 부의장은 아울러 최초 및 추가 금리 인상 때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가 중요하지만, 그 역할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제안내는 ‘상당기간’이나 ‘인내심’ ‘합리적 확신’ 등의 표현처럼 연준이 정책 결정을 하기 전 국내외 금융시장에 줄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통 강화 차원에서 미리 이와 관련한 신호나 힌트를 주는 것이다.
피셔 부의장은 “명시적인 장기 선제안내는 지난 몇 년과 비교해 금리 인상 단행 이후 통화 정책에서 갖는 역할이 훨씬 더 작을 것”이라며 “일단 통화정책이 정상화하면 금리는 때로 오를 수도 있고 때로 내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