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달러하락 보다 시급한 과제

<파이낸셜타임스 11월 18일자>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라는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외치는 와중에서도 달러화는 17일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스노 장관은 최근의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아주 편안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편안하다는 데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화 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조건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ㆍ엔화, 나아가 한국 원화에 대해 떨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환율이 물 흐르듯 서서히 조정되면서 환율변화에 따른 충격을 고루 부담하는 것이 미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 유로존의 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유로존의 성장이 둔화되거나 침체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세계경제가 다시 균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저축률 제고, 유럽 및 일본의 구조개혁, 아시아국가의 환율변동성 확대 등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제를 실천하려는 작업은 아주 더딘 형편이다. 부시 정부조차 시급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스노 장관은 환율변동성을 높이는 것이 중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을 중국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다. 스노 장관은 점진적인 조정을 서둘러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유로존의 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약효를 발휘해 성장촉진 및 수입수요 증가 등을 통해 미국에 도움이 되려면 여러 해가 걸린다. 스노 장관은 미국 정부가 4년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는 바람직하지만 경상수지적자 축소 문제와 병행돼야 한다. 또 재정수지 개선 작업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주기적인 문제다. 과거 행정부에서 지출억제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의회에서 증액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미국 정부는 민간저축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세입감소 규모가 저축증가분을 넘어설 정도라면 곤란하다. 세제 및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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