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연초부터 환율전쟁 불씨 되살아난다

칠레 페소화 절하 위한 시장 개입 선언<br>日·브라질 등은 달러·위안화 약세 경고<br>칠레, GDP의 6% 달하는 달러화 매입 나서<br>브라질 신정부도 "헤알화 방어 하겠다" 강조<br>日 "단호히 대응"… 印尼는 해외유동성 규제




이달 중순 파리에서 개막하는 주요20개국(G20) 재무차관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환율전쟁'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칠레 중앙은행이 페소화 절하를 위한 시장개입을 선언하고 나선 데 이어 브라질ㆍ일본 등 지난해 G20 서울 정상회의에 앞서 환율 논쟁의 선두에 섰던 국가들에서는 다시 달러화와 위안화 약세에 대한 경고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언론은 최근 칠레가 이례적인 외환시장 개입 책을 발표하고 '글로벌 환율 전쟁'에 가담함에 따라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하려는 다른 신흥국들이 연쇄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경고했다. 칠레 중앙은행은 3일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465.75페소까지 오르며 2008년 5월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수출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내 12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칠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개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 중앙은행은 이를 위해 우선 5일부터 9일까지 하루 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 매수에 나설 예정이다. 이 소식에 4일 외환시장에서 칠레 페소화는 하루 만에 무려 4%나 급락했다. 시장개입을 꺼려온 칠레가 이례적인 통화절하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칠레의 개입을 계기로 신흥국들의 자본유입 억제정책이 가속도를 내면서 새로운 환율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캐스트의 페드로 투에스타 남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보수적인 칠레 중앙은행이 개입을 단행하면 브라질 중앙은행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해에 출범한 브라질 신정부는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헤알화 방어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호세프 정권 출범과 함께 취임한 페르난도 피멘텔 신임 개발산업통상부 장관은 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디게 진행되는 위안화 절상 때문에 브라질 수출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동적으로 무기력하게 대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6월19일 서방 국가들의 압력으로 중국이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한 후 지난해 말까지 3.46% 상승했지만 통화가치 상승 속도가 6월 이후 두자릿수에 달하는 다른 신흥국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방어에 대한 불만만 쌓여가고 있다. 미국 역시 지난해 양적완화 정책 발표 이후 지속되는 약달러 추세에도 불구하고 6,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양적완화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가치 상승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상황이 더 악화될 조짐을 보이면 환율에 관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대책은 외화 유입 억제와 정부지출 축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자금유입에 따른 루피화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금융기관 해외 단기차입 상한선을 부활시키는 한편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지급준비율을 현행 1%에서 올 3월부터는 5%, 6월부터는 8%까지 끌어올리는 자본유입 규제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속적인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도 연말부터 엔화 가치가 다시 81~82엔대로 오르자 지난달 28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이 "과도한 변동성이 감지될 경우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시장 재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WSJ는 "선진국들이 부진한 성장세와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외부 자금이 밀려드는 신흥국 상당수에서 통화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지금 상황은 올해 외환시장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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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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