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핵심증인 증발의 의혹(사설)

맥빠진 국회 한보청문회가 핵심 증인들의 증언 기피로 더욱 불실해지고 있다. 그동안 한보청문회는 특위위원들의 준비부족과 중복질문, 자중지난에 증인들이 「모른다, 기억없다, 말할 수 없다」로 일관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엔 한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청문회 무용론이 나왔겠는가.이러한 때 한보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증인 3인이 모두 증발,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핵심 증인 3인은 정태수씨의 운전사 임상래, 재정담당 상무 김대성, 경리담당 여직원 정분순씨 등. 운전사이자 비자금 운반책으로 알려진 임씨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집을 나갔다. 정총회장의 그림자처럼 비자금 조성관리의 핵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한보부도 직후 싱가포르로 출국, 행방이 묘연하다. 정총회장의 조카로 비자금 관련 서류와 도장을 관리해온 정씨 역시 한보부도 얼마후 종적을 감춰버렸다. 이들 3인은 한보비자금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보비자금의 향방을 추적하고 의혹의 실체를 캐는 데는 빼놓을 수 없는 청문회 증인이자 검찰수사 대상이다. 이들의 증언은 그만큼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시들해져가는 청문회가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도 급진전 될 수 있다. 이들은 치밀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끈질기게 사실을 은폐하기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 준비된 질문에 「실수」로 진실을 털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청문회 출석을 피해 종적을 감춰버렸다. 한보 비호세력이거나 의혹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조직적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여기에 정총회장은 실어증 증세로 입을 다물고 있다.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청문회 재출석이나 검찰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실어증을 가장한 것일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보 청문회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씨의 입에 의존해온 검찰조사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애초부터 이들을 소환조사 하지 않았다. 한보 비호세력의 압력에 의해 정씨 봐주기로 도피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국회청문회와는 달리 한보의 재정담당이나 비자금 출납을 맡은 사람들을 소환조사 할 수 있었고 그래야 당연함에도 그렇지 않았다. 사건초기에 재산보전이나 세무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의혹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한보비자금 의혹을 캐는 데는 이들의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제 검찰이 해야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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