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험해야 청춘이다


오래전 학교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을 데리고 굴업도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 지난 1994년에 핵 폐기장을 건설하려 했었다는 것을 말해줬더니 학생들은 활성단층 탓에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섬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고 했다는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한 번은 폭우로 훼손되기 전 지리산 칠선계곡에 갔었다. 칠선계곡 앞에 선 학생들에게 굳이 우리 강산을 소중하게 지켜가야 하는 이유를 말해줄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들은 칠선계곡 앞에서 일곱 선녀를 본 듯했다.

비단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하듯 책상에 앉아 동서고금의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다. 도심 속에 숲을 만들고 동물원·수목원 같은 체험장을 조성하는 것도 실제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나라 밖으로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안보·문화·대기업인식 등 국내 각종 이슈에 대해 다소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던 사람도 해외에 나가보고 나면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과 다른 경험은 그 사람의 시야를 키우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청년들에게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것을 경험해보라고 한다. 가장 위대한 스승은 현장에 있고 가장 큰 배움은 경험에 있다. 경험만큼 소중한 양식(糧食)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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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양식으로서의 경험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것이 있다. 김소운님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에 등장하는 3편의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 어느 가난한 시인 내외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다.

어느 날 아침에 아내가 고구마를 먹으라고 내놓았고 남편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식전이라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내의 권유로 고구마를 먹었다. 밖에 나갈 시간이 다 돼 남편이 아침밥을 달라고 하자 아내가 방금 먹은 고구마가 아침밥이라고 한다. 고구마를 내어 놓은 이유가 쌀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무안해하자 아내가 웃으면서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할 이야깃거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는 내용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라는 말이 있다. 젊을 때의 고생이 늙어서는 삶의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열심히 앞만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더 나이 들면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이야기하면서 일상을 보내는 때가 온다. 그때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곱씹어볼 이야깃거리들이 많고 그만큼 풍족한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파도 해보고 고민도 많이 하고 사서 고생도 해보는 청춘이 부자 청춘이요, 우리의 미래다. 청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소 힘든 일이 있더라도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노후대책은 경제적 양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양식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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