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수요 산책] 농촌과 도시를 잇는 다리, 나눔

농촌문제는 우리 모두의 과제

시민 각자가 나름의 역량 보태 나누는 기쁨 함께 누리게 되길


강인정 굿닥터스나눔단장

“농촌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조금만 더 일찍 의료기관을 찾았더라면 병을 이렇게까지 키우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죠. 매번 시간에 쫓기다 보니 더 충분히 치료해드리지 못한 것이 죄스러운데도 번번이 고맙다고 하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굿닥터스나눔단’에서 수년째 농촌지역 의료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많은 한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첨단 의료기기와 설비, 우수한 의료진으로 무장한 의료기관이 즐비한 요즘이지만 아직도 우리 농촌에는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굳이 산간벽지가 아니더라도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간단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조차 도시에서만큼 쉽지 않은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5년 전 굿닥터스나눔단이 출범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였다. 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거창한 명분보다는 의지할 데가 마땅치 않은 시골 노인과 아낙네, 아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이 더 컸다. 뜻을 함께 하는 몇몇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활동이 조금씩 외부로 알려지면서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현직에 있는 의료인은 물론 현장에서 작은 일손이라도 보태겠다는 대학생과 중고생, 일반인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10명이 채 못 되는 인원으로 출발한 의료 나눔은 꾸준히 이어졌고 그만큼 성장했다.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뚜벅뚜벅 제 길을 걸어오면서 성과도 조금씩 쌓여 갔다. 혹한, 태풍 등 자연재해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매달 활동을 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설립 이후 5년간 900여명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전국 38개 농촌지역을 찾아 모두 7,600여명의 주민들을 만났다. 몇 차례 방문한 지역에서는 격의 없이 안부를 교환하고 살림살이를 걱정할 만큼 살가운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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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의료진과 환자로서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만나 우리가 나눈 것은 ‘정’이고 ‘마음’이었다. 기부니 봉사니 하는 표현들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활동 초창기만 해도 어려운 처지의 농촌주민들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주고 혜택을 주려는 생각이 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얻는 행복감 역시 주민들이 갖는 만족에 뒤지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작은 재능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찾아오는 희열이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응원과 참여의 손길이 더해지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책과 독서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단체가 함께 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한 시간을 갖고, 뜻있는 사진작가들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영정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약값 등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는 단체와 기업이 생겨나고 관련 지자체에서도 협조에 적극적이다.

농촌 살림살이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만성적 소득정체라는 구조적 난제에 농산물 대외개방까지 겹쳐 침체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 힘들다는 소리가 높다. 농촌의 활력을 회복하고 도약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도시민의 관심과 지원이다. 농촌의 문제를 농민에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과제로 인식하고 힘을 모으는 자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해법이 될 것이다.

도시의 개인과 단체들이 농민과 함께 하는 국민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역사와 문화에 살아 있는 농민과 도시민의 연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도농교류라고 해서 크고 거창한 것만을 생각할 일은 아니다. 도시민 각자가 가진 역량을 농촌 발전에 보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오래 된 시골집을 수리하거나 밋밋한 담장을 예쁜 벽화로 장식하는 것도 좋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 도시와 농촌은 언제든 가까워질 수 있다.

당장 이번 주말에 주변 농촌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만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농촌 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나누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도 결코 작지 않으니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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