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멕시코:4/“정치가 경제 망치면 안된다” 공감(경제를 살리자)

◎페소화 폭락 관광수입 늘리는 기회로 삼기도멕시코 서해안 푸에르토 발라르타 상공에서 바라본 태평양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르다. 이곳을 경유하는 비행기는 요즘 미국 관광객으로 가득 찬다. 평일에도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외국관광객들이 이곳과 칸쿤, 아카풀코 등 해안 휴양지를 찾는다. 페소화 폭락 전 3.4페소에 교환되던 1달러의 가치가 7.8페소로 올라갔으니 미국인들로서는 3년 전에 비해 절반값으로 멕시코 관광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지난 94년 5백57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수는 96년 9백12만명, 지난해에는 1천3만명으로 급증추세다. 페소화 폭락의 반사이익으로 엉뚱하게 멕시코는 관광수입을 늘려 외환부족을 메우는데 보태고 있다. 멕시코 경제는 인접한 경제대국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치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멕시코에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즉각 지원을 약속했다. 캐나다·일본에 이어 제3의 교역국이자 투자국인데다 미국 내 멕시칸의 비중이 만만찮다. 클린턴 행정부는 95년1월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1백78억달러를 포함, 총 5백억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멕시코 경제의 총체적 부도는 미국과 IMF의 긴급수혈로 일단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2년 후인 지난 1월 멕시코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차입한 긴급구제자금 1백25억달러를 전액 조기상환했다. 고금리의 단기자금을 장기 저리자금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지만 멕시코정부는 이를 통해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외국에 과시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의 질레르모 구에메스 가르시아 부총재는 『긴급 구제금융 상환은 페소위기가 일단 사라져 멕시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 장기자금을 구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빌려온 급전을 갚았지만 멕시코경제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95년 50%까지 치솟은 물가는 96년 27.7%로 일단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올해도 여전히 15%대의 높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실업률도 엄청나다. 1주일에 1시간의 품도 팔지 못하는 실업자(멕시코의 실업률 기준)가 95년엔 가용노동력의 7.5%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도 5.5%나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4년 4천7백13달러에서 95년 3천1백37달러로 1년새 3분의1이나 감소했고 2000년에나 위기 전의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멕시코 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평가와 반성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정부와 기업인들은 정치가 더이상 경제를 망쳐서는 안된다는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등 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를 비교하면서 『국제수지 위기를 애써 경시하려는 아시아국가 정부의 자세가 당시 멕시코 정부의 그것과 비슷하다』며 『아시아국가는 멕시코와 달리 위기 때 도움을 줄 재력이 풍부한 이웃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자원, 저임금대를 형성하고 있는 1억의 인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미국이라는 이웃이 있었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는 각계각층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분담을 하는 것 외에 과연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멕시코시티=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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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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