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경부-한은 경기진단 엇박자

재경부 "올 5% 성장 변함 없다" <br>한은 "여건 달라졌다" 하향 시사 <br>민간硏선 "정책 선제적 조율 필요"


경제운용의 두 축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경기진단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경제정책을 종합 조율하는 재경부는 연초 세운 5% 성장률 목표를 고수하는 반면 한은은 4%대로 하향 조정할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나섰다. 경기진단의 핵심변수로 등장한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에 대한 인식에서도 엇박자가 나타난다. 다음달 중순부터 경제운용계획을 짤 예정인 재경부가 한은과의 입장차이를 거시운용전략에 어떻게 반영할지 관심이다. ◇재경부, 5% 성장 변함 없다=거시경제 변수의 급변으로 올 성장률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재경부는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나서 ‘이상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하향조정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한은의 진단과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다만 한은의 인식이 (하향조정 쪽으로) 무게추를 좀더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원 차관과 김석동 차관보도 정례브리핑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가와 환율이 불안하지만 우리 경제가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며 “올해 5% 성장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런 시각은 재경부가 12일 만든 당정회의 자료에도 묻어 있다. 조원동 국장은 “기업들이 (수익에) 여유가 있어 유가가 올라도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며 “성장률 자체를 갉아먹을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앞서서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릴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며 “오는 7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만들 때도 가급적 5% 성장률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게추 옮긴 한은=이 총재의 발언만을 놓고 보면 한은의 경기진단은 재경부보다 비관적인 색채가 강한 것은 틀림 없다. 이 총재는 “유가와 원화가치가 (애초 전망과) 다른 경로를 가고 있다”며 “상황이 달라졌고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여건이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조정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실은 셈이다. 물론 한은 인사들은 이 총재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표시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총재의 발언은 ‘숫자’보다는 ‘경제여건’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의 당초 성장률 전망이 소수점 아래이기는 하지만 5%를 약간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 관점에서 4.8~4.9%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간 기관들, 속도감 있는 정책조합 주문=통상적으로 경기진단 측면에서는 경제 외적인 측면까지 감안해야 하는 재경부가 좀더 신중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중함은 역설적으로 정책 실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4년의 ‘더블딥(경기 일시 상승 후 재하강)’ 상황도 정책의 실기 탓이었다. 민간 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와 환율 등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하반기 성장률이 3%대 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서 국지적으로 버블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고 정책조율에서도 보다 선제적인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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