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의 미래] 경제회복 저물가가 발목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가 지난해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물가하락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경제회복이 조기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싱가포르는 지난 11월중 소비자 물가가 연속 6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의 지난해 물가상승률 역시 97년의 2.8%보다 훨씬 낮은 0.7%로 예상되고, 경기후퇴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홍콩도 지난 11월에 물가가 0.7% 떨어져 2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성장을 경험했다. 일본은 도매물가가 11년만의 가장 큰 폭인 4.4%나 하락해 이미 디플레가 시작된 상황. 게다가 소비자들이 실업 가능성을 우려, 지갑을 좀처럼 열지않고 있어 올해에 추가로 물가하락이 일어날 공산마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전문지인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11일자에서 아시아가 물가폭락으로 디플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경제회복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각별한 대비를 촉구했다. 저널은 1873년 오스트리아의 부동산 폭락으로 촉발된 뒤 23년간 진행됐던 대공황과 1929년 미국의 증시 대폭락 이후 41년까지 이어진 세계 대공황을 현재 아시아 디플레 위기와 비교했다. 저널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디플레 양상은 1873년과 상당히 유사하다. 1873년에 증기선, 철도, 농기계 개발로 교통, 유통 혁명이 이뤄지면서 미국, 호주, 캐나다의 값싼 농산물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 농산물 디플레가 벌어졌다. 이는 90년대 들어 구 공산권 국가들이 세계경제로 편입하면서 공산품의 과잉공급으로 세계적인 가격폭락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저널은 일본의 경우 1929년 대공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현재 디플레 심화, 초저금리, 금융시스템 붕괴위기라는 복합적 요인으로 심각한 경기위축상태에 빠져있다. 저널은 일본의 위기상황을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 악화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년 대공황때 미국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라는 걸출한 리더가 뉴딜정책으로 상당한 능력을 발휘했으나 대공황을 손쉽게 끝내기에 역부족이었다며 일본 정부가 확고한 경제정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비극적인 결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널은 29년 대공황에 종지부를 찍은 일등공신은 2차 세계대전이라며 일본 디플레 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과잉공급과 물가폭락으로 인한 디플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낡고 비효율적인 공장과 기술을 없애야 하나 아시아 특유의 족벌경영체제 방식과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은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수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문제는 세계적인 수요위축 분위기에서 모두 수출을 늘리려 안달하면 물건은 누가 사느냐』고 반문, 수출을 통한 디플레 탈출 가능성에 회의를 표시했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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