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이우환 작가 "젊은 예술가, 시장논리 넘는 시각 가져야"

"잘 팔리는 작품만 할까 걱정돼 한순간 열기에 일희일비 말아야"

/=연합뉴스

"미술품 시장 공기는 열기를 띠었다가도 금세 사라집니다. 젊은 예술가들은 좀 더 멀리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세계 예술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우환(79·사진) 작가는 21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객석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와 젊은 아티스트가 (예술을 하는)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에 조언할 것이 없다"고 운을 뗀 뒤 "어떤 작품이 잘 팔리는지 시장 논리를 추구하다 보면 자칫 말려들어 시장에서 잘 돌아가는 것만 하려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품 시장에서 한순간 일어난 열기가 식어도 남을 것이 무엇인지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좀 더 멀리 보는 시각을 가지지 않으면 시장 논리에 급속도로 휘말려 들지 모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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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은 다 쓰레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언급한 그는 "메타포(은유)가 없고 그냥 쓰레기로 끝날 때가 정말 많다. 멀리 보고 예술을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우환은 말 그대로 '잘나가는 작가'다. 백남준 이후 가장 세계적인 한국인 현대미술가로 활동 중인 이우환은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지난 1956년 일본으로 가 일본의 전위예술운동인 '모노하(物派)'를 이끌었다. 모노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위치·관계 등에 접근하는 예술을 뜻한다. 일본 현대미술사 교재에는 빠지지 않고 그의 이름이 등장할 정도다. 이후 프랑스 파리와 일본을 오가며 작품을 선보인 이우환은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관인 죄드폼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1년에는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열었다. 2013년 우리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한국 단색화 1세대 작가인 그의 작품은 뉴욕·런던·파리 등 전 세계 약 50개의 갤러리와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이우환은 최근 4년간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낙찰 총액 기준 '생존 작가' 43위에 올라 국내 미술가 가운데 최고 성적을 냈다. 세계적 권위의 미술 매체인 아트넷이 2011년 1월부터 올 초까지 약 4년의 경매를 결산해 최근 발표한 '생존작가 총거래액 100'에 따르면 이우환은 총 33점이 4,972만7,291달러(약 553억원)에 거래돼 43위를 차지했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가는 이우환이 유일하다. 지난해 베르사유궁 대규모 회고전과 함께 최근 '단색화' 붐을 타고 또다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경매 낙찰액 성적에 대한 질문에 이 작가는 "그거는 그 사람들(예술산업)이 올렸다가 내렸다가 돈놀이하는 건데 내가 그거에 관심 있을 리가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작품들은 오는 24일 런던 리슨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관객을 맞는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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