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의 판결이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고등법원이 판결했다. 이는 당시의 재판관여만으로는 일제에 뚜렷이 협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10일 고(故) 유영 판사의 손자가 ‘친일반민족행위 해당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헌법이념상 항일독립운동에 대한 유죄판결은 당시 실정법을 따랐다고 해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당성 없는 사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은 곧바로 우리 민족 구성원에 대한 탄압 행위에 해당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독립운동가의 형사처벌에 관여한 횟수가 많고, 실형을 받은 항일독립운동가 중 일부가 재판 직후 고문 여독으로 사망한 점, 처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개진한 흔적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유 판사의 재판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920년 임관해 25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유 판사는 의열단 단원으로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독립운동가 이수택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7건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재판에 참여했으며 일제로부터 세 차례 훈장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유 판사의 재판을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을 감금ㆍ고문ㆍ학대하는 등 탄압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행위’로 결정했다. 그러나 1심은 “독립운동가 재판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일제에 현저히 협력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