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성숙한 대기업 노조를 기대하며

#장면1 “대기업이 파업을 하면 납품 중소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납품과 결제가 지연되고 자금순환이 막히게 됩니다.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중견기업이야 버틸 수 있지만 영세한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들 월급과 부도 걱정에 잠을 못 이룰 지경입니다.”(자동차부품 생산업체 A사 B사장) #장면2 “고객들로부터 언제쯤 차를 인도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한번 떠난 고객을 다시 붙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직접 차를 팔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현대자동차 C영업소의 판매사원 D씨) #장면3 “하루 벌어 겨우 먹고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일년에 수천만원씩 받는 대기업 노조가 파업이라니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자기들 뱃속 채울 생각만 합니까. 노동귀족이라는 말,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니까요.”(개인택시 운전자 E씨) 집중호우로 인한 막대한 인명ㆍ재산 피해와 UN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성과 없이 끝난 한미 FTA 협상 등 온통 우울한 소식뿐인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서 일선 산업 현장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노조의 중요한 투쟁 수단인 파업을 무조건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기업 노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오히려 강자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파업이 과거와 달리 국민의 공감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더군다나 대기업 노조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 및 복리 혜택 요구와 함께 산별노조 전환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수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그 같은 논리에 ‘콧방귀’를 뀔 뿐이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2ㆍ3차 협력업체인 자신들의 일터에 일감이 줄어들어 여름 휴가비는 고사하고 월급이나 제대로 나올지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면서 오히려 대기업 노조가 원성의 대상이 된 셈이다. 이처럼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과 설득력 없는 주장은 시민들은 물론 지금껏 ‘지원 및 협력 세력’이던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이 이제 투쟁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모두를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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