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94년의 준농림지 도입을 통한 규제완화 이후 난개발이란 홍역을 치른 후에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 법에는 기반시설연동제, 토지적성평가 등 난개발을 막을 각종 장치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주택업계와 학계 일각에선 이 법이 이상론에 치우쳐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너무 이상적이라는 평가는 주로 주택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 법을 적용받게 되면 도시개발이 쉽지 않아 주택공급난이 가중될 것이란 의견이다. 또 학계 일각에선 지금의 제도가 현실을 무시한 채 외국의 제도를 모방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아직도 주택건설촉진법, 택지개발촉진법 등 특별법 성격의 법률에 의한 도시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규모의 도시개발은 주로 주촉법, 택촉법에 의한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고 국토계획법은 그저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특별법을 적용해 도시개발을 하는 사례는 있지만 이는 국토의 한정된 부분에만 적용된다. 우리나라처럼 도시개발의 상당부분을 특별법에 따라 실행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특별법 위주로 이뤄지는 현행 도시개발 및 관리를 국토계획법 체계하에 편입시켜야 한다.
대규모 신도시 주변 난개발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우리는 분당, 일산, 평촌 등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시 그 기반시설에 편승해 주변으로 난개발이 확산되는 `포도송이형 개발`을 경험했다. 국토계획법에선 이를 막기 위해 기반시설 연동제와 개발행위허가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판교신도시만 봐도 벌써 개발예정지 인근에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계획법은 체계적인 도시개발을 위한 첫 시도로선 비교적 성공적이긴 하다. 그러나 아직도 허점은 남아있다. 앞으로 다양한 모의실험과 연구에 기초한 제도 보완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조판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