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환시장의 선진화에 눈 돌려야

원화환율이 하루 걸러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당국이 환율방어에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은 거의 매일 구두개입과 외환정책 등을 발표하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인의 해외부동산취득과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데 이어 외환자유화 일정을 2년 앞당긴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당국자들의 구두개입도 잇따르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고 박승 한은 총재는 “외환시장이 교란요인에 의해 제기능을 못할 때 이를 바로잡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의 이 같은 구두개입과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원화환율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투기 또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 당국이 개입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지나친 시장개입은 환율이 불안해질 때마다 당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부추겨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투기 세력들에 역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원화환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달러당 950원 이하까지도 점치고 있다. 원화강세를 대세로 받아들여 과도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이번 기회를 외환시장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외환시장은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작다. 무역액 대비 하루평균 외환거래비율이 5% 정도로 선진국의 17% 수준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때문에 소규모의 거래에도 환율이 크게 변하는 등 외부충격에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투기적인 역외선물환시장의 농간도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을 만들어야 한다. 달러위주의 외환보유정책도 소리 나지 않게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8,200억달러를 넘은 중국은 이미 달러보유를 줄여나가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기업들도 더 이상 수출을 가격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원고를 극복하는 근본대책은 첨단기술과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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