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영권 방어 대안 없다" 고육책

■ 삼성 '금융사 의결권 제한' 憲訴<br>'그룹 순환지배구조까지 혼란' 위기감도 한몫<br>정부·시민단체등과 마찰소지 커 부담 불가피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더 이상의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그대로 작동할 경우 오는 2008년이면 삼성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은 무조건 15%로 제한된다. 반면 외국인 지분은 54.1%(지난해 말 기준)에 달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헌법소원은 자칫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그룹 전체의 순환지배구조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란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삼성은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반(反)삼성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 등과의 마찰과 갈등을 피하기 힘들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재벌그룹이 기업규제와 관련한 법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 일부에선 이와 관련, “최근 삼성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금산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삼성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방어 또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종전 입장에서 벗어나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바라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헌법소원을 내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헌법소원은 한마디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입법과정에서부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수차례의 진정과 건의를 통해 관련 규제의 완화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안이 통과됐다”며 “현재로서는 헌법소원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7.99% ▦삼성물산 4.43% ▦삼성화재 1.39% 등 삼성 계열사의 특수관계인이 17.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인 지분은 54.13%에 달한다. 따라서 오는 2008년 의결권이 15%로 제한되면 이를 초과하는 2.72%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삼성증권과 에스원ㆍ제일기획 등에 대한 의결권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훨씬 넘는 상황에서 그나마 갖고 있던 17.72%의 의결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경우 적대적 M&A의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출자총액 제한으로 그룹의 출자여력이 약 2조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가 시도될 경우 특수관계인들의 지분확대를 통한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아울러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항이 의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있는 외국 금융기관 및 투기성 사포펀드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적인 취급이라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재산권 및 평등권 침해에 관한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본 결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소원 제기로 인한 정부와의 갈등 문제에 대해 “입법부(국회) 및 행정부(공정위 등)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사회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경계론’ 때문에 많은 고심과 고민을 거듭했다”며 “기업경영에 전념하면서 입법부의 판단을 조용히 기다리고 결과에 승복하면 되기 때문에 정부측과 별도의 채널을 가동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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