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마지막이 된 자화상 그것은 축복이었네

故 강성원 유작전 '평강하고 성스러운 정원으로 가는 길목'

실리콘 섞어 입체감 살린 그림 70여점

제자·친구 힘합쳐 예술의전당서 전시

강성원 ''자화상'' 117x80cm, 2014년작


"처음엔 조금 놀라긴 했어도 그것이 축복인 줄 후에 알았지 … 2014 마지막 인물그림, 자화상이 되어버렸네 하하." (그림 '자화상' 중) 지난해 완성한 마지막 작품 '자화상'은 캔버스 위로 두텁다 못해 튀어나올 듯한 마티에르(그림 표면에 나타나는 재질감)가 표현되어 있다. 아크릴 물감에 실리콘을 섞어 평면 회화에 입체감을 주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그렇게 어둡고 밝은 기운이 격렬하게 뒤섞인 듯한 사람의 상반신을 표현하고, 그 머리 위 무지개 같은 빛 다발을 모자처럼 씌웠다. 그러고는 이렇게 썼다. "남들이 안 쓰는 재료를 죽을 만큼 쓰다가 죽게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지난 4월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강성원(사진) 작가의 유작전 '평강하고 성스러운 정원으로 가는 길목'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평강하고 성스러운 정원'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낙원으로, 그가 20여 년 이어온 작품 시리즈 제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마지막 작품 '자화상'을 포함 최근 2~3년 사이의 신작 20여 점을 비롯해, 100호 이상의 그림 70여 점이 전시됐다.

독일 뒤셀도르프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신표현주의 작가로 주목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경희대·서원대 등에서 강단에 섰고, 2006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심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은 "그는 천재였습니다. … 먼 훗날 사람들이 눈을 가질 때 그 꽃들의 찬란함에 놀라 눈부셔할 날을 생각합니다"라며 추모했다. 또 대구가톨릭대 백미혜 교수는 작품평론에서 "강성원의 그림은 고해성사이며, 구원을 향한 방언 기도"라며 "원죄 의식과 종교적 감성이 두드러진 작가였고, 그의 그림 또한 그 자체의 영성으로 충만한 채 늘 흘러내리고, 솟구치고, 튕겨나고,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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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준비에는 그가 말년에 그림을 가르친 예술의전당 그림강좌 제자들, 그리고 그의 독일 유학시절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 원래 이달 개인전을 열 예정이던 작가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레 신장암 진단을 받았고, 결국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 전희선 씨는 "최근 2~3년 사이에는 즐겨 쓰던 아크릴 물감에 실리콘을 섞어 입체감을 살리는 작업을 주로 했다. 환기도 잘 안 되는 작업실에서 그간 3,000여 개의 실리콘을 쓰며 작업에 몰두했던 게 결정적으로 건강을 해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자들은 대관료까지 모아오는 열성을 보였고, 친구인 계원예술대 서정국 교수는 전시장 내 그림 설치를 도맡았다. 그렇게 평소 인간의 문명과 자연에 대해 애정 어린 시각을 표현해온 그의 작품을 이제 유작전으로 만나게 됐다.

전 씨는 이어 "아직도 작업실에는 100호 이상 그림만 60여 점, 중·소형 규모 작품은 1,000여 점이 남아있다. 남편의 작품이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추가로 전시를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22일까지. (02)580-1300.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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