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MB 서릿발에 官街는 지금 엄동설한

관료들 "역발상 묘책 찾자"<br>연일 밤샘근무등 초긴장<br>과로 겹쳐 탈진증세까지


"요즘 정말 물가와 '파이팅'한다는 표현을 쓸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력한 티가 나지 않으니 정말 답답합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 폭염이 한창이지만 요즘 정부 경제부처 관료들은 엄동설한이라도 맞은 듯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역발상 물가안정대책을 주문하며 관계장관들을 질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화에 관료들은 숙제를 푸느라 초긴장 상태다. 여권에서는 물가잡기에 실패하면 정권 차원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져 경제관료들이 묘책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오는 26일로 예상되는 정부의 물가종합대책 발표시한이 다가오자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관련업무 파악과 대책마련을 하느라 살인적인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지시로 차관급 물가회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상황.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 첫 정책정책협의회가 물가대책회의 하루 전인 25일 열리는 것도 물가잡기 정책공조를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 경제부처의 A과장은 극도의 긴장감에 시달려 근육경련 증세로 침을 맞았다고 한다. 다른 부처의 B국장은 최근 연일 밤샘근무에 따른 피로누적으로 거의 반나절간 탈진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물가 잡으려다가 사람부터 잡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관료들 사이에서는 흔히 들린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전임자들로부터 물려 받은 물가정책 자료들을 캐비닛에서 다시 꺼내 보면서 과거와 다른 아이디어를 짜내려 하지만 물가를 한방에 잡을 묘수가 마땅치 않아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역발상식 물가정책'이 취지는 좋지만 즉효를 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역발상 정책'이란 정부가 세무조사와 같은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로 시장가격을 억누르기보다 유통구조의 부조리를 혁신해 시장이 스스로 가격거품을 뺄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한 중앙부처 간부는 "유통구조 혁신은 하루 아침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며 효과도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며 "그렇다고 행정력을 동원해 가격을 억누르면 역발상 코드와 맞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공급가격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취향에도 거품이 끼고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중상류층의 소비행태가 가격에 둔감해진 점도 물가정책에 악재로 작용한다. 정부가 올해 쌀값안정을 위해 신상품의 절반 시세인 지난 2009년도 재고 쌀을 풀어도 소비자들이 잘 사지 않는 것이나 기름값이 올라도 자가용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아 도로가 연일 만원을 보이는 현상이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득수준이 높아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는 계층까지 정부가 무리수를 두며 감싸 안아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엿보인다. 따라서 정부 물가대책은 백화점식으로 모든 계층을 목표로 하기보다 뛰는 물가로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울러 당장의 표심에 끌려 신기루 같은 물가잡기에 연연하기보다 요동치는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정건전성 강화에 보다 역점을 둬야 한다는 쓴 소리도 과천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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