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SK건설 이사회 의장에서 전격 사임한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의 삼남이며 최태원 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SK건설에는 전문경영인 출신인 2명의 대표이사가 있지만 최 부회장도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그동안 경영에 깊이 관여해왔다.
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최근 급격히 악화된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SK건설은 해외 부문의 손실이 크게 증가하면서 상반기에만 2,6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증권가에서는 최 부회장이 사촌인 최태원 회장의 그룹과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업 수주에 장애가 되기도 했다.
결국 최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이 같은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너 일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경영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사회의장을 사임하면서 보유하던 SK건설 주식 132만5,000주를 사재출연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을 회사에 무상증여하는 것은 이를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SK건설의 최대주주는 40.02%를 보유한 SK㈜이며 SK케미칼(25.42%), 최 부회장(9.61%) 순이다. 이번 출연으로 최 부회장의 SK건설 지분율은 4.00%로 낮아진다.
후임 이사회 의장으로 재무전문가인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선택한 것도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SK건설은 후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SK건설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설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으려면 해외 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SK그룹이라는 든든한 우산이 받쳐준다면 해외 시장 개척에도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